[미디어펜=김재현 기자]한국남자탁구대표팀의 리우올림픽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눈 앞에 두고 석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18일(한국시간) 오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루 파빌리온3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동메달전에서 한국 남자 탁구는 독일에게 1대3으로 패했다.
정영식이 1단식에서 극적으로 따낸 후 2단식(주세혁), 3복식(정영식-이상수), 4단식(주세혁)을 내주며 마지막 희망인 동메달 획득 실패헸다. 그리고 리우올림픽의 긴 여정을 끝냈다.
|
|
|
▲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루 파빌리온 3에서 열린 \'2106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동메달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정영식(24·미레에셋대우)이 바스티안을 향해 강한 드라이브 공격 성공 후 환호하고 있다./뉴스1 |
한국탁구대표팀에게는 리우올림픽은 악몽과 같은 땅이었다. 남녀 모두가 8강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마지막 희망이 남자 단체전이라는 것을 이들은 알았을 것이다.
결과는 졌지만 그들은 태극찬가를 외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으리라 믿는다. 한국에서도 단체전을 보면서 피 말리는 접전 속 접전에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며 환호했다.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원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고 우리는 자랑스러워했다.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진 주세혁이 부둥켜안으며 기뻐하는 독일선수들을 보며 어떤 생각에 젖었을까?
주세혁은 어쩌면 독일과의 경기가 마지막 올림픽 경기일지도 모른다. 주세혁은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등 세번의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번 올림픽 대회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심정을 담은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어떻게든 마지막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얻고 싶어했을 것이다. 주세혁은 대표팀 맏형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어 왔다. 주세혁은 후배들에게 벤치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정영식과 이상수는 "평소에 선배가 많은 얘기를 해준다"라며 "선배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실 주세혁 부상투혼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온 후 오른쪽 발뒤꿈치와 팔에 통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가슴의 태극마크가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투혼을 활활 불타게 했다. 앞으로 주세혁의 놀라운 컷트 신공을 보지 못한다는게 아쉽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의 희망은 정영식이다. 올림픽 첫 무대를 밟은 정영식은 24살의 청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파이팅과 경기력이 돋보였다. 세계랭킹 1위의 중국의 아성이 흔들릴 정도였다. 지금의 패배가 자양분이 돼 도쿄 올림픽이 기대되는 유망주로 부상했다.
이렇게 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상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사실 정영식은 기대주는 아니었다. 항상 그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국내용'이다. 그럼에도 그는 보란 듯이 세계 1위 마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아니 이길 수도 있었다.
세계인들은 깜짝 놀랐다. 국내 탁구팬들과 국민들도 그의 선전에 뜨거운 함성을 외쳤다. 중국 마롱과의 명승부가 떠오른다. 정영식을 마롱을 상대로 2세트를 먼저 따내며 벼랑끝까지 내몰았다.
최근 마롱이 그렇게 1점을 따낼 때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롱도 하룻강아지와 같은 정영식에서 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졌을 것이다. 비록 경기는 마롱이 승리했다.
정영식이 단식 8강전에 실패했지만 중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한국탁구의 밝은 미래를 보는 계기가 됐다.
단체전에 나선 이상수도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을 보이며 뛰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단체전 8강전에서 보여준 정영식과의 콤비플레이는 돋보였다.
이상수와 정영식을 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남다른 호흡을 선보였다. 이상수는 이날 경기에서 정영성과 복식조로 나서 과감한 공격을 펼쳤다. 그의 예리한 드라이브는 상대 테이블에 꽂히며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상수는 이번 올림픽에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이상수는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며 "모든 것을 쏟겠다"다고 다짐했다.
이상수는 리우올림픽에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졌지만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이 보여준 태극투혼은 위안이었다. 깎신 주세혁, 탁구바보 정영식, 태극투혼 이상수이 보여준 리우에서의 접전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순간을 기대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