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평화는 없다.탈북자 경험 상, 좋은 평화를 누리려면 꼭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좋은 평화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 백요셉 세이브NK 간사
전쟁과 평화, 나쁜 것은 나쁘고 좋은 것은 좋다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에 대한 논란이 뜨겂다. 반대론자에서 어이없는 언어의 유희로 평화를 농단한 장본인이 있다. 지난 7월 14일 오후 ‘국민의 당’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마련한 ‘국민의 동의 없는 사드 배치 올바른 결정인가’라는 주제에서 발제자로 나선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다. 

그는 "아주 좋은 전쟁보다 아주 나쁜 평화가 훨씬 더 좋다"고 설파했다.

만약 이 말을 북한사람들 앞에서 했다면 아마 이 사람은 그 자리에서 쌍코피가 터졌을지도 모른다.

 나쁜 것은 말 그대로 나쁜 것이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좋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유력 신문사의 그것도 대 기자라는 사람이 했다는 것은 아무리 치매 걸린 노인네의 말이라 할지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횡설수설일 수밖에 없다.

우리 훈민정음의 표현력이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이렇게 까지 한글을 마구 남용하는 것은 광화문의 세종대왕께서 대노할 일이다.  

현재 북한사회는 아주 평화롭다. 그 곳에는 시위나 집회도 없다. 폭동은 더욱 없다. 남한 같은 사회갈등으로 서로 물고 뜯는 일도 없다. 진정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다. 

하지만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평화가 죽을 만큼 싫다. 나도 그랬다. 나빠도 아주 나쁜 평화이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피를 말리고 정신이 사나운 60여년의 살벌한 평화로 인해 2천만 주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원초적인 자유마저 깡그리 잃어버렸다. 

   
▲ 최고존엄(?) 김정은이 영도하는 지금의 북한사회는 아주 평화롭다. 그 곳에는 시위나 집회도 없다. 폭동은 더욱 없다. 남한 같은 사회갈등으로 서로 물고 뜯는 일도 없다. 진정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그들은 절대적인 당과 수령에게 절대 반항하지 못한다. 완전무결한 노동당과 위대한 수령으로 인하여 이미 사회주의 조국은 가장 살기 좋은 인민의 지상낙원이 되었기에 그 더 이상의 지상낙원을 바란다는 것은 전혀 가능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에잇, 확 빨리 전쟁이나 터져라!!!”

위대한 수령이 지켜주는 숨 막히는 공화국의 그 나쁜 평화에 대하여 북한주민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이고, 또한 유일한 자유의사표현이 바로 전쟁에 대한 갈망이다. 결국 그 나쁜 <평화>안에서 말라죽지 않으려고 우리는 <탈북>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선택했다. 

우리는 <탈출>이라는 목숨을 건 전쟁을 좋아서 선택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우리 자신의 자유과 존엄을 찾고 보다 나은, 덜 숨 막히는 평화다운 평화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전쟁은 좋아서 하거나 나빠서 회피할 그런 선택사항이 절대 아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좋고 나쁨의 기준은 그렇게 애매모호하지가 않다. “나빠도 평화니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면 북한식 평화를 누려도 좋다는 얘기다.  

아주 나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우리는 그 나쁜 공화국의 평화가 싫어서 목숨을 걸었고 그렇게 이 나라의 평화를 찾아왔다. 우리는 지금 이 나라의 평화가 너무도 다행스럽고 또 이 평화를 누림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평화는 아주 나쁘지만 좋게 봐주지 뭐”라는 발상은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한 생각이다. 진짜 나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이 나라의 평화가 나쁘다고 생각되면 우리 탈북자들처럼 다른 평화를 찾아 떠나면 그만이다. “너는 정말 나쁘지만 좋게 생각해준다”는 것만큼 기만적인 수작 없다. 

진짜 나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그래서 절대로 누릴 수도 없다. 그리고 경험 상, 좋은 평화를 누리려면 꼭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좋은 평화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 전쟁은 좋아서 하거나 나빠서 회피할 그런 선택사항이 절대 아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좋고 나쁨의 기준은 그렇게 애매모호하지가 않다. "나빠도 평화니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면 북한식 평화를 누려도 좋다는 얘기다./사진=연합뉴스


전쟁을 좋은 것이라고 누가 말했는가, 전쟁은 좋은 것일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나쁘다 할 수도 없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나와 우리의 생존, 우리의 존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전쟁을 받아들여야 하고 또 전쟁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우리 집안에 칼을 든 강도가 들었다. 강도는 나의 아내를 능멸하고 내 어린 아들의 목숨을 원한다. 이럴 때 내 아내와 아들을 강도에게 순순히 넘겨주고 평화를 얻을 것이냐, 내가 죽더라도 강도와 싸워서 아내와 아들을 지킬 것이냐 하는 문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비정상이다. 

전쟁을 피해서 얻은 평화는 절대 평화라고 할 수 없다. 조선시대를 보자. 병자호란 뒤 청군의 칼끝 앞에 삼전도 굴욕으로 무릎을 꿇으며 전쟁을 피한 조선이 얻은 것은 평화가 아닌 속국의 비참한 운명이었다. 무능한 청의 우산 속에서 조선이 맞이한 것은 일제 식민지 36년이다. 결국 우리는 6.25라는 전쟁을 겪은 후 지금의 남북대치 속 평화를 누리게 된 것이다. /백요셉 세이브NK 간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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