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후원 한국 양궁의 과학화 주역…경제적 효과만 수십조원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2016년 8월6일(현지시간) 과 7일 이틀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김우준, 구본찬, 이승윤, 장혜진, 기보배, 최미선 등 한국양궁대표팀이 남녀양궁 단체전 금메달 시상식 단상에서 한국양궁의 자존심을 세계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여자양궁은 올림픽 단체전에서 8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남녀 단체전 금메달은 올림픽 사상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신호탄이었다.한국 남녀궁사들이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느낀 환희는 남달랐을 것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양궁, 양궁 역사에서 올림픽 첫 여성 금메달리스트는 서향순이다. 1984년 제23회 LA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LA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은 양궁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김수녕,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조윤정,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김경욱, 2000년 시드니올림픽 윤미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박성현, 2012년 런던올림픽 기보배(남자 오진혁) 등이다. 이번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장혜진과 구본찬이 남녀 개인전까지 금빛 사냥에 성공했다.

한국양궁은 1972년 이후 40개의 금메달 중 23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 개인전가지 전 종목을 석권하며 올림픽 역사에서 새 신화를 작성했다. 4개를 더해 27개의 금메달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또 이 시상식에서 메달 시상과 격려를 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은 어떤 감정이었을지 궁금하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현대차그룹의 32년간 대를 이은 양궁후원이 양궁신화의 숨은 주역이다. 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탈바꿈 시킨 정의선 협회장도 남다른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을 마치고 한국 양궁대표팀 선수들이 정의선 양궁협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독식했다. /연합뉴스

한국양궁의 황금기는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남다른 애정, 투자와 함께 했다. 1985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2005년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부회장까지 대를 이은 지원은 세간에 알려지면서 회자됐다.

한국양궁의 올림픽 신화는 정몽구 회장의 양궁사랑을 비롯해 현대차의 통 큰 기술지원과 그 바탕 위에 선수와 코칭스패트의 피나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언제부터인가 야구장에 양궁선수들이 활쏘기 연습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야구팬들은 의아해했다. 왜 야구장에서 연습을 하는 걸까. 관중들이 많이 모인 곳은 양궁선수들에겐 쥐약이다. 집중력을 흐트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또 다른 훈련방식이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 앞서 세계 양궁협회는 긴장감이 높고 승부가 빨리 끝나는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방식을 도입했다. 단 한발의 실수로 메달을 놓칠 수 있는 경기 방식이 채택되면서 정몽구 회장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훈련 프로그램이다. 이후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하는 곳이나 시끄러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다니며 훈련을 했고 이 때 시작했던 훈련이 야구장 훈련으로 이어진 것.

또한 정 회장은 해외전지훈련 때도 한식을 항상 챙겨주라고 주문하고 직접 맛있다는 음식을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회장의 양궁사랑은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이 물심양면 양궁에 대한 애정의 씨앗을 뿌렸다면 정 부회장은 2005년 이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의 꽃을 피운 장본인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토록 지시하고 중장기적인 양궁 발전 플렌을 세웠다. 양궁 꿈나무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얻으며 한국 양궁의 내실을 다졌다.

특히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최신 기술을 양궁 장비와 훈련에 적용토록 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와 양궁협회의 협업을 통해 육안으로 알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 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머신',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뇌파 측정 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올림픽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현대차그룹의 통 큰 포상도 양궁대표단의 고난과 땀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아시안게임 1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 4억원, 2008년 베이징 대회 6억5000만원, 2012년 런던올림픽 16억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8억8000만원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총 60여억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나선 선수단에 총 2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왜 현대차그룹은 한국 양궁에 남다른 투자와 애정을 가졌을까, 또 투자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회장은 LA올림픽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면서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현대차그룹의 양궁사랑은  국경없는 사회공헌과 궤를 같이한다. 교통안전 교육, 장애인 이동편의 향상, 소외계층 청소년 및 탈북민 자립역량 강화,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문화예술 교육기회 제공 등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찾아 나서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사회공헌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3년간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현대차가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하는 기간동안 세계양궁협회는 '양궁월드컵'가 '세계양궁선수권'을 현대양궁월드컵(Hyundai Archery World Cup)과 현대세계양궁선수권(Hyundai World Archery Championships)로 명명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한국양궁에 대한 통큰 지원이 올림픽 새 신화를 쓰면서 경제적 가치를 따질때 1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리우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메달 하나의 경제적 효과를 최소 1950억원에서 최대 2690억원으로 내다봤다. 근거는 소비 증가, 기업 이미지 제고, 국가 브랜드 홍보 등 무형의 가치를 함께 반영한 수치다.

양궁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니 계산상으로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는 결과다. 그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성적을 따져보면 경제적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수치의 경제적 효과일 뿐일까.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준 한국양궁의 우수성은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되는 비용 측면을 국가 이미지로 볼때 상당한 측면이 있다. 또 올림픽에서의 한국양궁의 지위는 국가 브랜드 격상은 물론 한국기업의 수주나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때 일본 브랜드 야마하가 양궁 용품을 좌지우지했던 시절을 뛰어넘어 양궁 활의 국산화, 국산 장비의 저변 확대는 직접적인 기업 매출 증대 효과로도 상당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양궁 지원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효과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비인기 종목 지원이 결실을 맺음으로서 회사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얻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 값을 따진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양궁대표팀이 보여준 값진 스포츠 감동은 경제적 효과를 뛰어넘어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사회통합 기능 가치도 있어 더욱 값질 수 밖에 없다.

이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양궁 외 비인기 스포츠종목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바로 봅슬레이다. 봅슬레이의 스포츠과학에 현대차 기술이 묻어있다. 현대차는 썰매 독자모델을 봅슬레이 대표팀에 인도하며 평창올림픽의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봅슬레이 썰매의 이름은 N봅슬레이다. 현대차는 최첨단 장비와 탈 것이라는 기술력을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메이드 인 현대차'의 봅슬레이가 제2의 양궁을 꿈꾸고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양궁의 경제학이 봅슬레이 경제학으로 확대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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