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결의대회 개최…"보여주기식 파업 없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내달 23일 '총파업'을 결의하고 4차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양론으로 촉발된 이번 파업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금융노조로서는 최고 수위의 투쟁 강도를 예고하고 있다. 노조의 입장과 관계없이 은행권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업무 현장에서는 성과주의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는 금융노조 총파업 4차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내달 23일 '총파업'을 결의하기 위해 네 번째로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는 약 500여 명의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참석해 투쟁 강도를 높였다. 

   
▲ 24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4차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내달 23일 '총파업'을 결의하기 위해 네 번째로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는 약 500여 명의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참석해 투쟁 강도를 높였다. /금융노조


단상에 오른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 팔을 비틀고 목을 조르고 있다"면서 "산업은행 지부는 2200여 전 조합원을 파업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성학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 또한 "금융노동자가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면서 9‧23 전면 총파업에 대한 '사즉생'을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하루 앞선 지난 23일 금융노조는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9‧23 전면 총파업투쟁을 결의했다.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 다음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위원회는 이날 ①9월 23일 1차 총파업 ②10월부터 2‧3차 총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 지속 전개 등 두 개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노조가 투쟁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이유는 '성과연봉제 도입'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은행연합회는 동일 직급 내에서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까지 달라질 수 있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민간 은행권에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안정적 직장'의 대명사 격으로 불리며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던 은행권 노동자들로서는 민감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공기업들의 경우처럼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되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크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노조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경우, 법률과 판례에 따른 사회 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있어서 노조의 강경한 반발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포석을 깔아둔 것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과연봉제는 해고연봉제"라는 금융노조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내야 할 정권 차원의 탄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달 23일 총파업에 대해 "결코 연례행사 같은 '보여주기식 파업'이 되지 않을 것이며 10만 금융노조 조합원 전체가 사즉생의 각오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의 강경한 반발과는 관계없이 성과연봉제는 금융권을 포함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현실론'도 존재한다. 국책 금융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현행 호봉제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그 인건비가 '생산성'으로 연결되는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율은 작년 1.6%까지 떨어졌지만 총이익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상승해 약 27%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인건비 부담이 이어질 경우 결국엔 행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연성을 부각했다.

시중 은행권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존재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한다. 서울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은행원 A씨는 "이미 업무 현장에서는 성과로 표현이 안 되는 단순 업무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민간 기업들에 통용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제1금융의 공공성도 그만큼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오는 30일 35개 지부 대표자 전체가 참여하는 투쟁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9‧23 총파업의 세부 투쟁계획을 조율하는 등 투쟁 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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