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엔 C일보설 파다…괘씸죄 걸린 우병우 손보기로 시작
중앙일보 사설 "진실 규명" 촉구…상황 대반전 계기되나
   
▲ 조우석 주필
현재까지는 서로가 조심스러운 양상인데, 그만큼 상황이 미묘하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지목한 언론이 과연 어느 곳이며, 불가근 불가근인 권언(權言)사이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져왔는가를 둘러싼 사실 확인 작업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아직 결정적인 무엇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지인 타 신문-방송들도 '특정언론', '일부 언론'등으로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것도 이미 봇물이 터졌다. 엊그제부터 미디어오늘은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지칭된 건 조선일보라고 지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려 한 달여를 끌어온 우병우 수석 공방도 초점도 빠르게 바뀔 조짐이다.

더 이상 대통령 측근 한 명의 비위-직권남용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그 유력 신문이 선보인 명백한 자사(自社) 이기주의의 지면 운용과, 이에 따른 보도윤리 문제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걸 먼저 짚은 게 중앙일보의 사설이다.

그 신문은 8월23일자 사설 '권력게임 음모론으로 번진 우병우 문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청와대가 앞으로 할 일은 일부 언론 등 부패기득권세력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를 은근히 겨냥한 것이다. 세상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자, 조선일보 지면은 눈에 뜨게 숨죽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난 3일 잔뜩 숨죽인 조선일보의 지면

청와대 발언이 나온 직후인 8월23일자 신문에서 우병우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이후 24일을 거쳐 오늘자 25일 지면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우병우-이석수 동시 수사 문제와 정치권 반응으로 각각 한 개 면을 채웠지만 신통한 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폭포수처럼 퍼붓던 지난 한 달여 사이의 공격과 달리 3일 동안 사설 하나를 내놨을 뿐인데, 이게 좀 초라하다. 24일자 사설의 경우 청와대의 부패 기득권 세력 발언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음모론적 시각"이라는 소극 대응이 전부다. 최악의 모욕을 받은 걸로 지목되는 신문의 첫 반응치곤 이례적일 정도다.

그러면서 조선 사설은 검찰 쪽에 손을 내밀어 연합전선 구축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우병우-이석수 동시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이 이런 권력(부패 기득권 언론을 겨냥한 청와대)의 의중을 살핀 나머지 지엽말단인 이(석수) 감찰관 문제로 우 수석 의혹을 덮으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식이다.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당장 세간의 눈길은 또 다른 곳에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둘러싼 또 다른 검찰 수사가 그것인데, 유력 언론사 간부 S씨가 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왜 이게 관심의 표적일까?

"유력 언론사 간부 S씨"로 등장하는 게 조선일보 인사라는 게 더 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 비리에 조선일보 간부가 어떻게 엮인 것일까? 이게 상식 밖인데, 어제 24일자 동아일보 보도 "검(檢), '박수환 대표, 유력 언론인에 우호적 기사 청탁 여부 조사'"가 전후 사정을 가늠케 해준다.

기사에 따르면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요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구속 기소) 주변을 압박하고 있는데, 그가 자신의 연임을 위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62·출국금지)와 함께 문제의 언론사 간부 S씨에게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해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며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정부 흔들기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특정언론의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제3 인물 “유력 언론사 간부 S씨”가 초점

로비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58·여)를 통해 했고, 그가 S씨에게 우호적 기사를 청탁한 것이다. 검찰은 24일 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니 빠르게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은 "유력 언론사 간부 S씨" 의혹이  흘러나온 건 이미 몇 달을 넘었다.

구체적인 금품수수의 품목도 드러나고 있다. 수 천만 원대의 명품 가방-시계 외에 제법 큰 규모의 현금도 포함된다. 만일 이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언론사상 흔치 않은 스캔들이어서 그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언론사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그 회사의 논조(論調)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보직을 가진 그도 그동안 바쁘게 움직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자신에게 칼끝이 다가올까봐 크게 조바심 내며 조선일보 범조팀에 수차례 수사진행 상황을 체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묘한 상황에서 그 S씨 문제와 별도로 더 큰 것이 별도로 있어서 급기야 우병우 문제로 번졌다는 것도 거의 정설이다.

그건 필자가 저번에 쓴 칼럼 '심상찮은 우병우 죽이기…속내는 청와대 흔들기'(http://www.mediapen.com/news/view/173903)에서 일부를 암시한대로이다. 즉 조선일보 경영을 책임진 핵심인사 한 명이 자신의 개인적 민원 때문에 우병우 수석에게 여러 차례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으나, 그때마다 우 수석이 거절하면서 일이 틀어졌고, 그래서 그를 괘씸죄로 몰아 손보기로 작심했다는 것이다.

민원이란 그 인사와 막역한 사이인 재계의 친구 한 명의 선처를 요청한 건이다. 문제의 재계 친구는 수 십억 원대의 회삿돈으로 해외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수감됐다. 당시 우 수석은 엄정한 수사를 위해 핵심간부의 요청을 거절한 걸로 알려졌다.

독자-안보 외면한 자사(自社)이기주의가 문제

이런 사안 말고 또 다른 사안도 있다. 이에 앞서 시내 모 대학 전 이사장의 수천 억원대 비리와 관련, 당시 검사이던 우병우 수석에 대해 선처를 별도로 부탁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한 걸로 알려졌다. 자, 여기까지다. 이런 의혹은 아직은 사실  과정이 남아있지만, 전반적인 윤곽은 드러났다.

이 모든 것은 무얼 말해주는가? 지난 한 달여 우병우 수석 죽이기란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지칭된 그 회사의 자사(自社)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점이다. 공론장인 지면을 사유화한 나쁜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분히 패권(覇權)주의 지면 운용의 반면교사이다.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사정당국의 압박에 앞서서 선제적으로 조선일보 지면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동기와 순수성이 결여된 그런 지면으로 청와대를 협박하려 했다면, 실로 '언론의 이름이 부끄러운 얘기'다. 우병우 죽이기는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냈다.

저번에 밝힌대로 조선일보가 우병우 의혹을 대서특필하면 좌파는 그걸 이어받아 우병우 사퇴공세를 벌이는 기이한 협력관계 말이다. 이게 책임있는 언론이 원했던 그림인가? 더구나 지금은 그걸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7,8월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안보대란의 고비였다. 그 와중에 청와대를 흔들어댄 그 "부패 기득권세력" 신문의 행태가 과연 온당한 것이었을가? 마침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은 북한의 SLBM 성공을 둘러싼 한반도 안보위협을 다루면서 이렇게 점잖은 발언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 명백한 생존 위협 앞에서 모든 국민은 더 이상 집값, 땅값 등 물거품 같은 이익에 빠져 안보를 팽개치는 행태들을 당장 멈춰야 한다." 오늘 아침, 이 발언을 말 몇 개를 조금 바꿔 새롭게 음미를 해보고 싶다. "이 명백한 생존 위협 앞에서 부패 기득권세력은 자사(自社)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언론윤리와 안보를 팽개치는 지면운용의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