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지난 24일(현지시간) 규모 6.2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생존자 수색·구조작업이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 수도 늘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지진 발생 만 하루가 지난 25일 새벽까지 이탈리아 당국이 공식 집계한 사망자 수는 247명이라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부상자도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트리체·아쿠몰리 등 피해가 극심한 마을이 있는 라치오 주 리에티 현에서 190명, 페스카라 델 트론토가 있는 레마르케 주의 아스콜리 피체노 현에서 57명 사망이 확인됐다.
이번 지진은 2009년 4월 6일 아브루초주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308명이 사망하고 1500명이 부상했을 때보다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어 최근 몇 십년 사이 이탈리아에서 최악의 피해를 낸 지진이 될 가능성이 있다.
1997년 9월과 10월에도 움브리아에서 4.8~5.5의 지진이 발생해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파괴되고 걸작 회화가 훼손되는 등 피해가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10여명이었다.
20세기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지진은 1908년 시칠리아 섬 메시나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이었다. 당시 8만2000명 이상이 숨지고 도시는 쑥대밭이 됐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현장을 찾아 "우리는 지금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며 "앞으로 수개월 복구에 매달려야 하겠지만, 지금은 기도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 때"라고 고통과 슬픔을 표시했다.
이날도 소방구조대원들과 군인, 산악구조대원들, 주민들, 이탈리아 각지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생존자를 찾아 사투를 벌이고 있다. 탐지견과 불도저 등 가능한 중장비를 총동원하며 삽과 맨손으로도 잔해 속에 남아있을 생존자를 찾고 있다.
구조당국 관리인 루이지 단젤로는 CNN에 "이틀이 지나고도 사람들이 생존해 구조된 과거 사례가 많다"며 "그래서 우리는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가 좁고 굽은데다 지진 산사태로 진입로마저 끊긴 산골 마을들에는 접근이 쉽지 않다. 또한 완전히 무너져내린 건물들에서는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이 발견되는 상황이다.
이미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확인된 아마트리체의 한 구조작업 참여자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꺼내는 90%는 시신"이라며 "그러나 일부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피해지역인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 페스카라 델 트론토 등지에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마을 체육관, 임시로 마련된 천막 숙소 등에서 밤을 보냈다.
이들 지역은 수도 로마에서 차로 1시간30분~2시간 거리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여름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아 실종자는 정확히 집계되지도 못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로써 매몰자 수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소방대가 상공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폭삭 주저앉은 마을은 두꺼운 회색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이탈리아는 피해 지역의 범위와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자 유럽연합(EU)에 위성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말 축제를 앞두고 있던 아마트리체에선 70여 명의 관광객이 묵고 있던 한 호텔에서 11살짜리 소년을 비롯한 시신 5구가 확인됐지만, 나머지 투숙객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구 700명의 작은 마을인 아쿠몰리도 여름철이면 휴가를 보내러 찾는 사람들로 거주 인구가 2000명까지 늘어나는 곳이다. 잔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8살, 8개월 자녀가 포함된 일가족 4명도 휴가차 온 사람들이었다.
피해 현장을 찾은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장관은 로마 시민들의 별장이 많고, 이탈리아인들이 학기 시작 전 휴가를 보내는 곳이어서 어린이 희생자가 많다고 말했다.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모습도 전해지고 있다.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는 발견된 10세 소녀가 지진 발생 18시간 만에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되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움브리아주 아시시의 작은 동네 카포다콰에서 구조대원이 돌무더기에 갇힌 여성을 안심시키려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도 영상에 담겨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한편 지진 지역의 중세 가톨릭 문화유산 피해도 상당하다. 진앙에 가까운 움브리아주 노르차에서는 기독교 성인인 성 베네딕토의 생가터에 있는 성당이 파손됐다. 아마트리체에선 중세 요새에 있는 박물관·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조각 등이 가득한 성당 100여곳이 피해를 봤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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