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서경배 과학재단'에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서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연한 첫 공익재단으로, 생명과학 분야 신진 과학자를 발굴해 연구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전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경배 과학재단 설립' 미디어 간담회를 열어 "세계 최고의 연구 결과가 나오도록 창의적인 신진과학자를 발굴해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신진과학자들이 무한한 꿈을 갖고 연구에 도전하도록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사재 등을 기반으로 '아모레퍼시픽재단'(학술·교육·문화 사업)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저소득층 복지 사업), '한국유방건강재단' 등을 운영해왔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서 회장이 회사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 아모레퍼시픽 재단과 다르다.
서 회장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제가 성공하기까지 받아온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우리 사회에 반드시 크게 돌려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며 "힘들게 번 돈을 멋있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의 연구 지원 분야로 생명과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과학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과학자들이 출연해서 인류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꿈꾼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작고한 서 선대회장 역시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했으며 그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생물 등 과학 분야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1990년대 아모레퍼시픽이 총파업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집요한 기술 연구를 통해 탄생한 레티놀 제품이 크게 성공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했던 일화를 거론하며 "회사가 어려울 때 과학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도 했다.
서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재단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빌게이츠 재단도, 록펠러 재단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며 "잘못하면 자기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단 운영 기금은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및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우선주 등을 출연해 마련된다.
서 회장은 일단은 사재 출연금이 3천억원이지만 재단 운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출연금이 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3000억원이면 대략 20년 정도 재단을 운영할 수 있는데 저는 재단이 50년, 100년 이상 오래 지속하도록 출연할 것"이라며 "시작이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저희 회사는 이미 연간 예산의 3%에 가까운 돈을 연구비로 쓰며 스스로 필요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재단 운영이 아모레퍼시픽 사업과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재단이 세계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를 기원한다"며 "노벨과학상을 받는 한국인 과학자가 나오기까지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지원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런 영광의 순간에 저도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단은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 신진학자 3∼5명을 선발하고 각 과제당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특히 우수 연구자에 대해서는 중간 심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선발은 1차 서류 심사, 2차 연구 계획서 서류 심사 및 토론 심사 등으로 진행되며 연구 과제의 독창성, 파급력, 연구 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연구 지원 사업의 1차연도 과제는 오는 11월 공고될 예정이다. 내년 1∼2월 과제 접수 후 1차 심사(3∼4월)와 2차 심사(5월)를 거쳐 6월에 최종 선정자가 발표된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국내외 석학 및 전문가들로 과학자문단과 심사위원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재단 이사는 김병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강봉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 오병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연구 지원 대상은 우선 국내 과학자들로 제한되지만 향후 재단 규모가 커지면 아시아 등 세계 과학자들에게 문호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서 회장의 뜻이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