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초반 판매량 나쁘지 않아…다음주 이후 주목해야”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이달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발효를 앞두고 추석 명절을 맞는 백화점의 분위기가 예상 외로 차분하다. 당초 우려와 달리 선물세트 판매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게 직무 관련자가 할 수 있는 선물 한도를 5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 비중이 10% 이하인 백화점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 '김영란법' 발표를 앞두고 백화점 업계 추석 선물세트 초반 판매가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롯데백화점

반면 백화점 업계는 전반적으로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번 추석까지는 김영란법이 적용되지 않고 선물세트 예약판매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추석 예약판매 실적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0% 신장률을 보인 데 비해서는 낮은 기록이지만 예약판매 비중이 전체 선물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라는 점에서 소비 전반의 위축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대백화점의 예약판매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신세계백화점도 6% 가량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물세트 본 판매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초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현재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수 판매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올 추석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10% 신장으로 잡고 물량도 10% 정도 늘렸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초반 매출은 좋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는 다음주부터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납품업체에서 점차 가격이 낮은 선물세트 상품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김영란법 여파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영란법 이슈가 주목을 받으면서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식품 선물세트는 5만원 이하 비중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고가 선물세트 비중이 높은 백화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 이하 식품 선물세트 비중을 전년 대비 30%가량 확대했고 주력 품목인 정육·건강식품·청과도 약 10% 남짓 늘렸다.

이 같은 변화가 단지 김영란법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1인 가구 증가세 등으로 소포장 품목이 늘고 있으며 예전과 달리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보다 보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선물을 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상품이 조금은 늘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며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에 따라 소포장 상품이 많아진 것으로 이 중에는 수 십만원 짜리도 많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합리적 소비 트렌드에 따라 5만원 미만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인터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백화점에서 직장 상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 비중이 많지 않고 가족 대상 선물이 많더라”며 “기업도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예전의 선물 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란법을 우려해 선물을 받는 쪽에서 수취를 거부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수취 거부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현업 부서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배송이 많지 않은 단계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측도 “큰 우려는 하지 않지만 이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연간 매출에서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이 백화점 전체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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