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수천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57)를 2일 구속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레인지로버 중고 차량을 시세보다 싼 5000만원에 사들인 뒤 차 인수대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 전 대표에게 해외 여행비를 부담시키는 한편 100만원권 수표 5~6장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재판 관련 청탁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는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재판 청탁 명목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에게 금품을 받은 조관행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구속됐다. 지난해 1월에는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최민호 판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사과문을 내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비통한 심정으로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은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어떤 질책과 잘못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대법원은 오는 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긴급소집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원장 회의 후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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