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특권 내려놓기…친인척 보좌진 채용·청문회·국감 정파적 이용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제대로 해야

정치실패가 이어지면서 우리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는 어려운데 이를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과 정파적 싸움만을 일삼는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워낙 실망감이 크다보니 국회의원의 고유한 권한까지 특권으로 비판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특권이라고 몰아붙이지 말아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렇게 요구하려면 정치의 성과가 나오고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성과만 좋다면 세비를 더 주고 보좌진도 더 쓰라고 하고 싶은 것이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를 올바로 감시하고 경제를 살리는 일을 해낸다면 국회의원의 권한에 국민이 불만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워낙 높다보니 국회개혁의 요구가 크다. 먼저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특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상당수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하고 심지어 보좌관의 월급을 후원금으로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충격은 컸다. 문제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국회의원 스스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의원을 취재한 기자의 이야기는 놀랍다. “이게 뭐가 문제가 되죠? 기사를 쓰면 가십은 되겠죠. 그것뿐 아닌가요? 그런 기사 쓰지 마세요.” 그 의원은 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것을 잘못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동료 의원들의 감싸기 발언도 이어졌다. 인식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상당수 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상당수 친인척 보좌진들이 의원실을 떠났다.

다행히 국회의장 직속으로 자문기구가 만들어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크다.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을지 모르겠다는 희망 섞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듯하다. 오랜 기간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말은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에 옮겨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저 논의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로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국회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사무처가 제 역할을 해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일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위원회 활동이 별다른 성과없이 특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데 그친다면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위원회’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다. 논의 결과를 보면 개혁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보좌직원의 임면권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하고 있으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외면한 채 논의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눈치보기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위원회 활동 내용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우선 국회의원 특권 논란을 야기한 보좌진 채용 문제에 대한 분명한 개혁 방안이 나와야 한다. 채용 시스템 개혁이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개혁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보좌진 모두를 의원이 직접 뽑아 쓰는 관행을 계속 용인하겠다는 것은 개혁할 마음이 없다는 것과 같다.

의원들은 공무원 신분의 보좌관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보좌진이 필요하지 않은 의원들은 이를 정치자금의 확보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 보좌직원 임면, 총인원수와 사용기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면책과 불체포 권한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온 만큼 합리적 방식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어온 만큼 실천의지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며 법적으로 후원금을 받고 있다. 공무원처럼 보수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월급과 각종 수당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급식 수당, 명절휴가 수당 등 수당을 모두 통폐합하여 보수체계를 단순화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입각한 성과 연동형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문회를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에서 개최하고 정파적 싸움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리한 증인출석 요구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모습도 개혁의 대상이다. 또한 국가가 인정한 각종 자격도 겸직금지의 대상으로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의전이 특권으로 비판받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기보다 세금이 아깝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시대적인 의전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국회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사무처가 제 역할을 해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일 것이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의 권위가 살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으려면 우선 특권의식부터 내려놓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먼저 권력을 앞세운 저질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내 생각만 옳다는 독선적 태도를 보이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빈정거리고 막말하는 오만한 태도는 민주사회에 어울리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아니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국회의원의 부정적인 모습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가로막는 말싸움, 망신주기, 인신공격, 고압적인 발언이나 고성, 낮춤말과 욕설 등이다. 그런 태도는 또 다른 추한 모습을 유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국회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사무처가 제 역할을 해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일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7일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국회 본관 제4회의장에서 개최한 '분과위원회 활동 결과 중간보고 및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에 패널로 나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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