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회사 대표가 주최하거나 직원 대다수가 참여한 회식에 참여한 뒤, 귀가 중 실족사 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 사례가 늘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는 음주 회식 후 귀가하던 중 사망한 노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2014년 당시 56세였던 노씨는 당해 12월 동료들과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하고 귀가하다가 행방불명됐다. 노씨는 귀가 중 소변을 보다가 몸을 가누지 못해 6.5m 옹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씨의 아들은 지난해 4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신청을 했으나 "회사의 공식적인 회식자리가 아니었고 사망과 업무 연관성도 없다"며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노씨가 참석한 회식은 공장장의 주관으로 열렸고 노씨가 속한 팀의 근로자 전원이 함께했던 점 등을 볼 때 업무연관성이 큰 회식으로 보고 노씨의 사망을 산재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노씨가 회사제공 차량에 탑승했다가 하차한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노씨는 사업주의 전반적인 관리 아래 진행된 회식에서 과음을 했고 이로 인해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유사 판결 사례는 앞서서도 있었다.
지난 2007년 12월 밤늦게까지 진행된 송년회식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발을 헛디뎌 농수로에 빠진 방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는 보도가 2010년 나온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회식이 대표이사의 주관 하에 소속 직원의 사기 진작과 단합 도모를 목적으로 이뤄졌고 비용도 법인카드 등으로 계산된 것으로 볼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방씨는 회식에서 과음으로 거동 등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고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밖에 회사 송년회 1차 마친 뒤 2차로 나이트클럽으로 이동하던 중 계단에서 미끄러져 골절상을 당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회사측에서 직원 들의 의견을 수용해 2차를 갔으며, 1·2차 회식비를 모두 부담한 점 등에 비춰 2차 회식도 공식행사의 일환으로 본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회식'이라고 해서 모두 이같은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전지법은 송년회 회식이 끝난 이후 2차 노래방에 가려다가 길에 넘어져 다친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1차회식 후 일부 직원들은 귀가를 하고, 사업주의 비용부담 없이 참석을 희망하는 한에서만 2차 모임에 갔기 때문에 사업자의 지배와 관리 하에서 발생한 재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 사례를 미루어 법원은 회식의 주최자가 사업주인지 여부와 그 목적, 비용부담, 참석의 강제성여부 등을 기준으로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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