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경기도 포천시에서 한 실향민 단체가 야산의 무덤 이전을 추진하다가 이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그리고 일부 실향민 유족의 무덤을 없애버려 지역 주민들로부터 고소당했다.

12일 경기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포천시 소흘읍 한 야산에 있던 무덤 13개의 유족 중 우모씨(79) 등 7명은 지난달 야산 토지 소유주인 실향민단체 대표 유모씨(88)를 분묘발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씨는 유가족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무덤을 열고 유골을 화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갈등은 약 2년 전 시작됐다. 북한 황해도 지역 출신 실향민단체 대표인 유씨 등은 약 40년 전 실향민들이 숨지면 묏자리로 쓸 수 있도록 대표와 일부 단체원 명의로 포천시 이동교리 일대 산을 샀다.

이후 이 산은 실향민 1세대와 일부 지역 주민의 선산으로 사용됐다. 

그러던 중 2년여 전 해당 산을 팔고 무덤을 파주에 있는 납골묘지로 옮기자는 의견이 단체 내부에서 나왔고 일부 무덤의 유족들은 이에 동의, 묘를 개장해 납골묘지로 옮겼다. 

하지만 지역주민인 우씨와 일부 실향민 유가족 등 13개 무덤의 유가족들은 무덤을 옮길 수 없다며 대표 유씨와 대립했다.

유씨 등 단체 측은 산에 있는 무덤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토지를 매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 싸움으로 비화돼 유씨는 지난달 포천시청에 "무덤 유족과 연락이 안 되는 무덤을 정리하겠다"고 신고한 후 무덤을 없앤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이들 무덤에서 유골을 화장한뒤 동의없이 파주의 한 납골묘로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측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묘 개장을 허가해준 포천시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