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받지 않는 언론권력…환골탈태로 부수 개혁 시발점 돼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견제 받지 않는 언론권력의 비뚤어진 일탈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조선일보 송희영 사태를 목도하면서 많은 국민들은 언론을 걱정하다 못해 분노하고 있다. 민족정론지를 자처해온 조선일보의 숨겨온 추한 민낯을 본 듯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건 분명 조선일보가 자처한 것이다. 언론권력 남용을 비판하고 내부 자정을 요구하는 비판 여론을 별로 개의치 않는 태도만 봐도 안다. 짤막한 사과문과 양상훈 주필의 사과 칼럼 하나 내고 송 전 주필에 대한 여러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관한 공작형 지면 오남용과 같은 본질적 사안들은 다 깔아뭉개고 있다.

사내 노조가 대책마련을 요구했다는 기사는 나왔지만 이후로 조선일보 내부에서 어떤 개선책이나 방지책을 냈다는 기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방상훈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과거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기자들 취재경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글을 보냈다는데 그것도 영 헛다리를 짚는 얘기다.

송희영 사태는 요컨대 조선일보의 정체성과 직결돼 있다. 조선일보를 과연 보수우파의 정론지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번 사건을 보면 조선일보가 부패 기득권 세력과 한 몸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사 주필이 청와대 인사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기업의 사장 연임을 청탁하는 위세를 자랑했다. 또 그 기업의 부패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초호화 전세기 요트 유람을 접대 받았다.

조선일보 내부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는 주필이 이렇게 권력을 즐기던 그 무렵 조선일보 지면에는 대가성이 의심되는 기사와 사설들이 넘실댔다. 고위 간부들의 부패 사건을 무마하려다 실패해 정권을 향해 보복성 공격을 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언론으로서 이래저래 치욕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독자와 국민들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대가 여부를 떠나 조선일보가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한 만큼, 또 우 수석 죽이기에 보인 열성만큼 보수층, 보수세력을 지원한 적이 있던가.

   
▲ 송희영 주필의 부인(가운데)이 2009년 8월 17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노던 야스퍼스와 노던 주빌리호의 선박명명식에서 밧줄을 자르고 있다. 오른쪽에 남상태 전 사장이 지켜보고 있다. /김진태의원실 제공

결정적 순간에 보수를 배신해 온 조선일보

필자 기억엔 그런 기억이 거의 없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을 비롯해 인터넷 좌파 매체들까지 소위 진보좌파 세력들은 늘 하나로 뭉친다. 자기세력이 궁지에 몰리거나 위기를 맞으면 집단적으로 나서서 결사 옹호한다. 이념이나 정치적인 사안에서도 철저하다. 좌파언론이 역사교과서 문제라든가 남북문제와 같은 사안에 자기들 지지층이나 독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있던가. 하다못해 불법시위 주동자마저 정당하다고 감싸고 자발적으로 소위 언론플레이를 해주는 것이 좌파언론이다.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문제를 끈질기게 문제를 삼아 야당이 청문회까지 하도록 만드는 게 좌파언론이다. 조선일보는 어떤가. 예컨대 어버이연합 논란이 불거질 때 조선일보가 사건을 보도한 태도는 어떠했나. "관제데모 의혹" "전경련 지원 의혹" "청와대 배후설" 등 좌파매체와 똑같은 시각으로 보도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는 조선일보가 어버이연합을 도와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마지못한 경우 말고 조선일보가 언제 우파세력 활동에 애정을 가지고 기사를 써준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일보가 우파의 잘못이나 비리를 감싸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왜 무조건 보수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묻고 싶은 건 보수의 애정과 지지로 커왔으면서 정작 보수이념과 보수정치 보수시민사회에 조선일보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수의 등에 칼을 꼽거나 외면했다. 보수층에서 나오는 '조선일보는 보수팔이 기회주의 언론'이라는 비판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예컨대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낙마 사례를 보자. 그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했다는 좌파의 공격으로 난자당하다시피 할 때 조선일보는 어떠했나. 청와대 인사실패라는 여론을 부각했을 뿐이다. 야당과 좌파세력, 위안부 할머니들, 비박, 심지어 성균관 유림의 반대 의견까지 모아 보도해가며 결과적으로 낙마에 기여했다.

좌파의 모함선동에 우파인사가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할 지경까지 몰리게 되자 보수는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수수방관하다 시피 했다. 그가 왜 친일파가 아닌지 좌파가 어떻게 터무니없는 모함을 했는지 누명을 벗겨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별로 없었다.

다만 논란이 계속되고 시끄러우니 '이제 可否간에 결론을 내릴 때'라며 대통령더러 사퇴를 시키든 인사청문회를 갖게 해주든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냉담한 사설을 썼을 뿐이다. 필자 기억엔 그렇다. 부패 세력과 한 몸처럼 굴었던 자사 주필의 온갖 비리 의혹은 보도하지 않는 끈끈한 의리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보수 인사가 야당과 좌파세력의 모함에 망신창이가 될 땐 차가웠다.

   
▲ 조선일보의 '우병우 죽이기'는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옅보인다. 조선일보는 무려 1개월 동안을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수석 한 명을 찍어내려고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했다. 그 바람에 국정이 헝클어졌고, 사회여론을 온통 황폐화시켰다. /연합뉴스

부패 기득권 세력 조선일보의 환골탈태가 보수 개혁의 시발점

조선일보가 그렇다고 서민대중을 위한 언론인가. 이점도 의문이다. 예컨대 2011년 광주일고 출신들이 뭉쳐 서민 등을 친 6조원대 희대의 금융사기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보자. 사회가 한 우파단체가 "광주일고 출신 금융마피아들이 부산저축은행을 장악, 이를 범죄조직화 하여, 부산서민들의 피 땀 어린 돈을 착복하고, 엉터리 사업에 날리고, 금감원·감사원·청와대·국세청·국회의원 등에게 뇌물공세를 펴 온 나라를 부패의 늪에 빠뜨린 사건"이라고 나서 규탄까지 할 정도의 떠들썩한 사건이었다.

이때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바로 광주일고 출신 송희영이다.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들이 다 깐 학교명을 웬일인지 명기하지 않고 버티다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을 추적했던 조영환 올인코리아 편집인은 송 주간이 그때 저축은행 부실을 부동산경기 침체나 금융계 관행 탓으로만 돌리고, 광주일고 출신 경영진의 도덕적 부패와 타락상은 지적하지 않았다고 신랄하게 꾸짖었다. 조선일보가 그 사건에서 본 것은 서민의 피눈물이었나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나.

글이 길어졌다. 간략히 정리해 보자. 필자가 이런 사례들을 나열한 이유는 딴 게 아니다. 강조컨대 많은 국민들이 회의를 느끼는 조선일보의 정체성 문제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보수이념을 가지고 장사를 한 것인지 진짜 보수이념의 가치를 지키려 애써온 언론인지 다시 묻고자 함이다.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조선일보가 보수이념을 위해 싸운 정의로운 언론인지 알 수 없다. 보수를 앞세워 언론권력을 누린다거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더 열심이었던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요즘 항간에는 조선일보가 차기 정권창출에 지분을 갖거나 숟가락을 얹어보려고 박근혜 정부를 흔든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우병우 죽이기가 조선일보의 종합적인 계산에서 나왔다고 의심하는 게 시중 여론이다. 보수는 부패했고 기득권을 지키려 싸운다는 편견을 덮어 쓴데 조선일보의 책임은 없나. 조선일보가 ‘부패 기득권 세력’에서 탈피해야 이 나라가 건강한 자유민주주의 건강한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견제 받지 않았던 오만한 언론권력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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