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사회경제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8월 17일 '사회적경제 3대 법안'을 발의하면서 사회적경제조직과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제안이유와 법조항에서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3개 법안은 사회적금융 육성과 사회적경제발전기금과 지역별 기금 설치, 공공기관별 5%까지 우선구매 촉진, 특정 제품의 사회적경제기업만 제한경쟁 입찰, 공공기관의 용역․민간위탁에서 사회적경제조직 우대 등 사회적경제조직 지원․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 의존성을 키워 좀비 기업을 양산하고, 기금배분과 우선구매 선정과정에서 정치적 지대추구가 야기된다는 우려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7일 '사회적경제법안 문제점과 파장 진단' 토론회를 개최하여 더민주의 사회적경제 관련 3개 법안을 법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법안들이 갖는 맹점과 유발될 부작용을 짚어보았다. 패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민주의 사회적경제 3대 법안이 운동권 시각과 지력의 한계에 갇혀있다”며 “사회적경제 활동가들만 좋을 일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분배가 개선된다는 사실 또한 설명했다.
미디어펜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을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의 인식오류’, ‘있는 그대로 보는 한국경제’, ‘경제성장과 소득불평등 간의 관계’ 및 ‘사회적경제? 정부지원으로 굴러가는 돈 먹는 하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등 두 편으로 나누어 차례로 게재한다. 아래 글은 상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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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상] 운동권 시각과 지력의 한계에 갇힌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김경수의원 대표발의)의 제안이유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던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은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성장도 더 이상 불가능함을 증명하고 있음....사회통합을 유지하는 데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게 함. 이제는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국가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때임......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가 경제운영원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 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
신자유주의가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해 더 이상 사회가 지탱될 수 없다면, 자유를 억압하고 평등을 지향한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게 했다면, 세월호 특조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은 무엇인가? 세월호 특조위가 기집행한 150억 원이 적정하고, 광화문 광장을 지금도 무단 점유하고 있는 그들에 공감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경제법안 발의에 세월호가 적정한 인용논거가 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그리고 합의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를 입법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실효적인지 의구심이 든다. 끝으로 사회적경제 관련 입법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국가의 시장개입 타성만 남길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1. 제러미 리프킨의 『유로피안 드림』(2004)
19대 국회 때 유승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보면 제러미 리프킨의 『유로피안 드림』(2004)을 떠올리게 한다. 이듬해 국내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노무현 전(前)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일독을 권했다는 입소문으로 유명해졌음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유로피안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획일 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재산권보다는 보편적 인권을 강조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여지없이 저급한 것으로 격하되고 ‘유로피안 드림’은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지상 과제로 격상됐다.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종언을 고한 것으로 여겨졌다. 대신 유럽의 사회주의에 기반 한 경제체제는 공고한 것으로 여겨졌다.
『유로피언 드림』은 작위적으로 ‘선과 악’을 대비시켰다. 대중들이 반길만한 가치를 중첩시킨 일종의 논리 배열의 트릭(trick)일 수 있다. 하지만 유로피안 드림은 이내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유는 간명하다.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의 경제부활과 유럽, 특히 남유럽의 경제위기가 그 답이다. 미국의 경제는 살아났지만 유럽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 놓여 있다.
지난 2012년 8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A1→Aa3) 했다. 2008년도 미국 발(發)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해서 일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2010년에 G20 의장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국이 미국 발(發) 금융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정책불확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 수 있었다. 당시에는 ‘경제민주화’라는 정책 불확실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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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민주의 정책적 사고가 왜곡되어 있는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추동돼 한국사회가 내부적으로부터 붕괴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대학운동권식 현실 인식이 그 사례이다./사진=연합뉴스 |
2.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의 공통된 인식오류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의 원조는 19대 국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발의안일 것이다. 나머지 법안은 유사 법안으로 거기서 거기다. 사회적경제 관련법안은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내부로부터의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인 국가의 복지, 자유시장경제의 성장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은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지만 20대 국회 들어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경제 관련해 3개 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이 재(再)발의 돼서 안 되는 이유는 간명하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입법안은 공동체를 강조한다. 연대와 협력은 ‘선한 의지와 정신’으로 미화되고 ‘자유와 경쟁’은 비인간적인 것으로 폄훼된다. 하지만 원시공동체의 ‘대면(對面)사회’를 익명의 ‘개방사회’로 바꾼 것은 ‘경쟁과 분업’이다. 시장경제는 분업과 경쟁을 통해 협동과 연대를 꾀하는 체제이다. 연대와 협력은 오히려 시장경제체제에서 효율적으로 추구된다. 따라서 ‘연대와 협력’을 ‘경쟁과 분업’의 대척점에 위치시켜서는 안 된다.
사회적경제 관련법은 미사여구를 걷어내면 결국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로 이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경제의 사회주의화’이다. 이는 헌법 제119조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 자체로서 위헌적 요소를 갖고 있다.
3. 한국경제 있는 그대로 보기
정책적 사고가 왜곡되는 것은 현실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추동돼 한국사회가 내부적으로부터 붕괴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대학운동권식 현실 인식이 그 사례이다.
<표-1>은 1990년 이래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gini_1),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gini_2) 그리고 실질GDP 성장률(r_gdp)를 표시한 것이다.1) <표-2>는 정권별 지니계수 평균치와 실질경제성장률 평균치를 정리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들어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률 평균은 3.20%로 김영삼 정부 경제성장율 7.82%의 반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그리고 박근혜 정부 출범한 2013년 이후 경제성장률 평균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3.0%를 밑돌고 있다. ‘저성장의 구조화’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로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gini_1은 0.26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0.31로 악화되었다.
<표-3>은 지니계수와 실질 경제성장률의 통계 특성치를 표시한 것이다. <그림-1>은 실질경제성장률과 시장소득기준 지니계수(gini-1)간의 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성장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했고, 지니계수는 추세적으로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림-2>는 ‘시장소득기준 지니 계수’(gini_1)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gini_2)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지니계수를 상당정도 완화시켰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복지예산(안)은 130조원을 넘고 있다. 양극화로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은 과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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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힌국경제의 소득불평등도 및 실질경제성장률 추이. 자료: 한국은행 통계 DB (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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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 역대 정부별 실질경제성장률 및 지니계수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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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3. 지니계수 및 실질경제성장률 특성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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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지니계수와 실질경제성장률의 관계 및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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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gini-1) 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gini_2) 추이 |
4. 경제성장률과 소득불평등도 간의 관계: 불평등 줄이려면 성장페달을 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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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 실질경제성장률과 소득불평도 간의 관계에 관한 추정식. 주: *, **, ***는 각각 105, 5%, 1%의 유의수준을 나타냄 |
<표-4>와 같은 평이한 분석이 결여됐기 때문에 정책사고가 냉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진다.2) (eq-1)과 (eq-3)을 보면 실질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것을 알 수 있다. (eq-1)의 실질경제성장률 계수 값이 (eq-3)의 그것보다 큰 것은 직관에 부합한다.3) 이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시장소득으로 평가한 분배개선 효과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eq-2)와 (eq-4)는 ‘실질경제성장률과 연도’를 곱한 복합변수를 추가 설명변수로 채택하고 회귀 분석한 것이다. <그림-1>에서 보듯이, 지니계수는 추세적으로 악화돼 왔다. 따라서 ‘시간변수의 영향’을 회귀분석에서 고려해야 한다. (eq-2)을 보면, 실질경제성장률이 1단위 증가하면, “-0.0523”만큼 지니계수가 개선된다. 하지만 복합항이 있기 때문에 실질경제성장률이 1단위 증가할 때, 지니계수는 “0.0043”만큼 ‘누적적’으로 악화된다. (eq-2)와 (eq-4)를 볼 때, 각 설명변수의 계수 값은 직관에 부합한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시장소득기준의 소득불평도가 완화되고 여기에 재분배정책의 효과가 더해지면, 소득불평등도는 실질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eq-3)과 (eq-4)는 피설명변수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이기 때문에, (eq-1)과 (eq-2)에 비해 상수항을 제외한 각 설명변수의 절대 값이 작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현상에는 근저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표-2>에서 느닷없이 ‘저성장의 구조화’가 들이닥친 것이 아니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에 따른 ‘경제의 정치화’가 근원적 오류(mother fallacy)이다. 대한민국 경제체제의 정체성에 반(反)하는 입법시도가 봇물을 이루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그것이다. 19대 국회의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19대 국회 유승민 의원이 내린 ‘사회적 경제’의 정의는 이렇다.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지역공동체의 복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이 소중한 ‘사회적 가치’이며 “사회적경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추상 그 자체이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당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 관련 법도 대등소이하다. 정책사고가 천편일률적이니 법안 내용도 늘 거기서 거기다.
사회경제적 조직을 육성하면 양극화를 제어하고 체제 붕괴를 막을 수 있겠는 가. 부정적이다. 정부가 후원한 사회적 기업이 자율성과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에는 일부 좌파 정치세력과 단체의 생계유지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4)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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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 유승민 의원이 정의내린 사회적경제는 추상 그 자체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 의원들이 발의한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도 대동소이하다./사진=연합뉴스 |
1) 지니계수는 전국 1인 가구를 포함한 것이 정확한 지표라 할 수 있지만, 전국 1인 조사는 최근에야 이루어져 과거 통계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도시 비농가 2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다. 일인 가구가 포함되면 당연히 지니계수는 악화될 것이다.
2) <표-4>에서 지니계수는 경제성장률이 비하면 ‘1.0’ 이하의 작은 수이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지니계수 값에 10을 곱해 회귀분석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각 회귀식의 설명변수의 값이 너무 작게 표시되어, 마치 지니계수에의 영향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은 것으로 오해될 위험이 있다.
3) 절대 값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4) 노파심에서 ‘최악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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