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수백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나라로부터 받은 백신비까지 빼돌린 병원 대표 겸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수정 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사기·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5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도봉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강씨는 2008년께 의료장비를 대여하기 위해 50억원의 사채를 처음 빌렸고 그때부터 사채를 돌려막기 시작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200여억원을 빌린 후 대출이 어렵게 되자 개인으로부터도 수십억원의 돈을 빌렸다.

2013년 9월이 되자 강씨의 자산은 244억원, 부채는 451억원으로 빚이 207억원에 달해 매월 이자 1억5000만원, 원금 5000만원을 상환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강씨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씨에게 이자를 후하게 쳐주고 1년 후 돈을 갚겠으니 운영자금을 빌려달라 속여 2차례 1억5000여만원을 교부받았다.

거래하는 제약회사 직원에게는 백신을 공급해주면 납품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금을 주겠다고 사기 쳐 1억5520여만원의 프리베나 백신을 납품받았다.

프리베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필요한 폐렴구균 백신으로, 강씨 병원은 구청으로부터 이 백신 예방접종을 위탁받은 상황이었다.

구청이 백신 접종을 위탁하며 보조한 백신비는 강씨가 업무상 보관하다가 해당 백신 공급업자에게 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강씨는 백신비를 제약회사에 주지 않고 병원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 횡령했다.

강씨는 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일한 근로자 16명에 대한 임금 및 상여금 등 합계 3억2598만여원을 주지 못했다. 이들이 퇴직해 퇴직금 4억3240만여원을 줘야 함에도 이 또한 지급하지 못했다.

이씨에 대한 강씨의 사기에 가담한 병원의 산후조리원장인 김모(47·여)씨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지난해 7월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고 그에 따른 변제를 이행 중인 점, 이씨에게 이자와 원금 일부를 변제한 점,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23명의 근로자와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편취액이 거액인 점, 국민의 혈세를 재원으로 지급되는 백신비를 유용한 것은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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