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필리핀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15일 필리핀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필리핀의 국방 관리들은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제2차 국제 군사기술포럼인 '군(軍)-2016'(Army-2016)이 열렸을 때 별도로 만나 방위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군사 교육, 테러 대응, 재난 구조, 평화유지 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교류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필리핀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 순찰을 중단하고 중국과 러시아산 방위 장비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 날인 14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모스크바 회동을 공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이 적대적 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난 3월 시작된 미국과의 남중국해 합동 순찰에 더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주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만난 중국과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자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우대 차관 제공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정부의 이런 행보는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정부의 '친미 반중' 외교노선에서 벗어나 실리 외교를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양자 대화로 풀겠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미국과는 필리핀의 마약 소탕전과 관련, 인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자 필리핀의 페르펙토 야사이 외무장관과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대미 정책의 변화는 없다", "양국 관계는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진화에 애쓰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끊을 계획이 없다면서도 자주 외교를 강조해 정책 변화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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