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이목 집중…경영 공백 우려 커져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우리나라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사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00일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대외적인 이유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의 향방이 미궁에 빠지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 종국을 맞이한 3개월여의 수사, 최선의 마무리는?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20일 오전 신동빈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9시 20분경 서울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신 회장은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신동빈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해외기업 부실 인수,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부당 지원,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책임이다.

사실상 그 동안 수사에서 불거진 각 계열사의 문제점들이 신동빈 회장까지 이어지는지 여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파악은 쉽지 않은 문제다.

신동빈 계열사에서 100억원대 급여를 받은 부분이 횡령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지다. 하지만 경영을 총괄하는 오너에게 출퇴근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난 6월 검찰이 롯데그룹 내 비자금 조성, 배임 등에 대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그룹 관계자가 조사를 받았다.

그럼이도 신동빈 회장과 계열사 비자금 사이의 연관성 등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아 검찰이 비리의 실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까지 구속 기소된 관계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기준 전 롯데케미칼 사장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대대적으로 벌여온 수사의 마무리 차원에서 신동빈 회장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부인 서미경씨 등 총수일가를 모두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속기소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신동빈 회장 뿐이다.

총수인 신동빈 회장에게 그룹 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신 회장의 구속이 가져올 여파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의 고민이 예상된다.

◆ 오너십 상실 돌이킬 수 없어죽이기 아닌 체질개선 기회 돼야

롯데그룹은 우리나라에만 약 12만명, 일본 등 전 세계에 총 18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있고 국내 재계 서열로는 다섯 번째에 꼽힌다. 문제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한 번에 무너질 경우 미칠 경제적 여파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이 같은 거대 기업집단이 지난 3개월여 동안의 수사로 이미 마비 상태에 있다. 지난 수년 간 롯데그룹은 약 7조원 규모의 투자를 해왔지만 압수수색을 받은 지난 6월 이후로는 사실상 대규모 투자가 일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경영 마비는 최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유통업 위주의 롯데그룹에게 치명적이다. 실제로 다수의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은 “그룹 경영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뤄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는 M&A 검토는커녕 큰 그림은 전혀 그리기 어렵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올해만해도 다음 달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등 굵직한 업계 이슈에 롯데는 그룹 차원의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월드타워점 운영권을 잃어버려 많은 임직원들이 유급휴직 등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이번 입찰전에서 지원사격 없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롯데그룹의 역사적 특성에 따른 지배구조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국내 투자로 세운 롯데그룹은 지분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롯데까지 이어진다.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지분의 90% 이상은 일본 롯데 계열사들 소유다. 일본 롯데의 지분관계 중심에는 롯데홀딩스가 있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주주인 광윤사가 정점에 있다.

이런 지배구조에서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구속될 경우 양국에서 실질적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 롯데 임원진이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경영에까지 입김을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구속은 롯데그룹이 오롯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봐도 큰 비약은 아니다. 이미 국적 논란을 겪고 있는 롯데지만 일본에서의 사업 규모는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옛 체제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겪으며 신동빈 체제로 넘어온 롯데에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식품 사업에 주로 치중해온 것과 달리 투명 경영,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한 성장전략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롯데 입사 전 영국 금융권에서 종사한 경험도 있는 신동빈 회장은 금융권의 신용을 얻기 위해 투명한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에도 롯데쇼핑을 상장하고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는 등 기업공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 등이 불거진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이행해 왔다. 호텔롯데의 계열사 주식 매입으로 지난해 초 기준 416건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는 올해 7월 말 67건까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이 불발되고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됐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낡은 체제에서 벗어나려던 롯데가 암초를 만난 형국”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롯데그룹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이 많다.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 행태가 있다면 마땅히 고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국민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이번 수사는 롯데그룹의 싹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부실한 부분을 도려내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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