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배임,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2008년 이후 고교 동창인 임우근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그가 공무원 및 이에 준하는 신분인 기재부 장관(2008∼2009년)과 산업은행장(2011∼2013년) 재직 시기에 금품을 받은 행위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민간인 시절 금품수수 행위에는 알선수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 한성기업 고문 자격으로 해외 여행비와 골프 비용, 사무실 운영비 등 경비를간접 지원받기도 했지만 상당액은 직접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산업은행이 2011년 한성기업에 총 240억원대 특혜성 대출을 해 준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가 한성기업 측에서 받아온 금품이 실질적으로 포괄적 뇌물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강 전 행장은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지인 김모씨의 바이오 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는다.

대우조선은 2012년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기술 개발'이라는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55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금은 2012년과 2013년 44억원까지 집행됐으나 강 전 행장이 퇴임하자 끊겼다.

기술 없이 거액 투자를 받은 사기 혐의로 김씨가 구속됨에 따라 수조원대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은 수십억원의 투자금마저 날린 셈이 됐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종친 강모씨의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의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 주류수입업체 D사의 관세분쟁에도 개입해 B사 대표 김씨가 부당이득을 챙기도록 도운 혐의도 있다.

김씨는 투자 사기 외에 2011년 5월 관세청과 관세 부과로 다투던 주류수입업체 D사로부터 세무 관련 로비 명목으로 3억25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강 전 행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관세 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강 전 행장은 당시 D사가 세금을 덜 내도록 세무 당국에 의견을 전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취임식 및 프로필 사진을 찍기도 한 김모(65)씨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을 '낙하산 고문'으로 보내 억대 급여를 챙긴 의혹은 처벌이 어렵다고 보고 혐의에서 제외했다.

강 전 행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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