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패션을 중심으로 유통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패션 부문의 비중이 큰 백화점은 물론이고 홈쇼핑업계까지 상품을 강화하며 시장에 침투하는 형국이다.

   
▲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LBL' 화보./사진=롯데홈쇼핑

최근 현대백화점이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매출 5800억원을 기록한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은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와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등 국내 브랜드 등 총 12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업계 5위 사업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현대백화점이 패션 부문 매출 1조원을 넘겨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제치고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에 이은 업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인수한 패션기업 한섬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브랜드를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자체 여성복 브랜드 ‘V라운지’와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을 선보이는 등 사업을 늘리고 있다. 롯데도 글로벌 패션 사업부를 통해 ‘겐조’, ‘아이그너’, ‘훌라’ 등 총 12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의 주력 계열사인 백화점은 전통적으로 매출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 패션·잡화 등을 포함한 매출은 전체의 70% 수준에 육박하며 의류만 다로 잡아도 40%는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구조에서 백화점업계는 최근 확산되는 전자상거래나 제조·유통 전문 SPA 브랜드 등에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그룹 차원의 패션 사업 강화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패션 브랜드 사업은 자체 유통망 뿐 아니라 타사 매장에도 입점해야 하는 특성상 패션 계열 백화점 등의 매출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체 유통망과의 다양한 기획이 가능하고 별도의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그간 저렴한 가격을 주 무기로 내세우던 홈쇼핑도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등 패션 시장을 노리고 있다. 과거의 가격우위를 벗어난 ‘프리미엄’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프리미엄 패션에 집중해온 CJ오쇼핑은 지난 19일 ‘앤드류마크’, ‘크리스찬라크르’ 등 12개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그 동안 해외 직구나 백화점 등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브랜드를 강화한 것이다. 자체 브랜드로도 ‘푸쉬앤건’ 등 다수를 운영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한섬과 협업을 통해 ‘모덴’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정구호 디자이너와 손잡고 내놓은 ‘제이바이’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조르쥬레쉬’와 ‘페스포우’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LBL’을 론칭하며 단독 브랜드를 통한 패션상품 강화를 선언했다. 이로써 최근 3년간 6개의 단독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였다.

GS홈쇼핑도 유명 디자이너 SJ와니(손정완), 미하엘 미할스키 등과 협업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다품종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다르게 특정 상품을 위주로 선보인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통해 기존의 저렴한 상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백화점 입점 브랜드 수준 이상의 품질을 선보인다는 의미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인 유통 플랫폼의 역할에 제한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보유하는 변화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기존 유통 플랫폼 형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직접 갖춘 판매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전통적인 중요 부문인 패션 사업을 강화해 자체 ‘상품’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복잡·다양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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