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인도에서 2008년 벌어진 15세 영국 소녀 성폭행·사망 사건을 두고 8년 만에 1심 재판에서 관련자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24일 주요언론보도에 따르면 인도 NDTV 등은 인도 남서부 고아 주 법원은 2008년 2월 고아주 해변에서 영국인 스칼렛 킬링(15)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인 삼손 드사우자와 플라시도 카르발로 등 2명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판결문은 추후 공개하기로 해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수사단계에서 드사우자의 행위를 봤다고 진술한 영국인 목격자가 인도로 오는 것을 거부하는 등 주요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했다.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드사우자와 카르발로는 자신들은 누명을 썼으며 정의가 승리한 것이라고 환호했지만, 영국에서 판결 선고를 지켜보러 인도에 온 킬링의 모친 피오나 맥키온은 "인도 사법체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사건은 부실 수사와 재판 지연이라는 인도 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도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2008년 2월 가족들과 장기 인도 여행 중이던 킬링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고아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다음날 옷이 반쯤 벗겨져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킬링이 스스로 약물에 취해 익사했다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킬링의 가족이 납득할 수 없다며 재부검을 요청한 끝에 킬링의 몸에서 50군데 이상 상처가 있었음이 확인됐고 인도 중앙수사국(CBI)이 그해 6월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그사이 범행 현장은 보존되지 않았고, 관광 비수기가 되면서 주변 식당 종업원 등 증언을 해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NDTV는 지적했다.
CBI는 결국 수사 착수 후 2년이 지난 2010년에야 해변 가게에서 일하던 드사우자와 카르발로가 킬링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담당 검사와 판사가 바뀌는 등의 이유로 판결 선고는 지금까지 미뤄졌다.
맥키온을 돕는 인도 변호사 비크람 베르마는 "사건 초기 CBI가 수사를 맡기까지 절차가 지연되면서 많은 증거들이 파괴됐다"며 "CBI가 고등법원에 항소하더라도 판결을 받기까지 또다시 8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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