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오너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례로 총수 개인의 문제로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매출 하락 등의 타격을 주는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있으며, 오너가 자사 제품 홍보를 자처해 긍정적 효과를 주는 '오너마케팅' 등이 있다. 

재계 오너들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만큼 파급력 역시 크다. 이 가운데 최근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 갤럭시노트7을 들고 언론에 노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 지난 21일 출근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배터리 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갤럭시노트7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출근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배터리 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갤럭시노트7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부회장이 타사 제품을 들고 있겠냐?"며 당연하게 넘겼지만 최근 삼성전자 안팎의 여러 상황과 맞물려 의미가 부여되기 충분했다. 

이날은 삼성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수요일인데, 보통 사장단 회의 때는 많은 취재진이 서울 서초사옥 로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이곳을 지나가지 않는다. 

다른 시간 대에 출근하거나,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취재진을 피해 몰래 사무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와 달리 로비 거쳐 출근했다. 넥타이를 하지 않은 정장 차림에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골드 색상의 갤럭시노트7을 쥔 채로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갤럭시노트7의 화재 사고에 따른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한 뒤라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그는 여러 질문엔 답변하지 않은 채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 중인 기자에게 "여기만 아이폰이네"라고 말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경쟁업체 제품을 언급한 부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갤럭시노트7의 리콜이 이뤄지는 시점에 출시된 경쟁제품 아이폰7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이슈가 된 갤럭시노트7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삼성전자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이슈가 된 갤럭시노트7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의 새 제품에 대한 안전이 글로벌 이슈가 된 상황에서 제조사의 오너가 이를 애용하는 모습이 드러나면 '제품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비슷한 추측을 했다. 

한 네티즌은 "이재용폰이라고 까지 불린 갤럭시노트7인데, 폭발 이슈로 이미지가 최악이 됐으니 속 쓰릴 듯"이라며 "책임감과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움직였구만"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같은 행보에 "등기이사로서 책임 경영을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삼성 브랜드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라며 "위기 상황에 기업 오너가 전면에 나서 해결사를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다음달 이재용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오른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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