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20대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국감 보이콧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국감 불참석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야당만이라도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당 간사간 교섭단체 논의를 통해 의사권을 넘겨받아 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야당의 의기투합에도 단독 국감 진행은 어려운 상황. 야당들은 국회법에 따라 가능하다고 하나 상임위원장의 동의없이 이뤄질 수 없는 동시에 효력에 대한 문제가 걸림돌이다.
|
|
|
▲ 20대 국회 국정감사 3일차 일정도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국감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을 확인하고 철수하고 있다 |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나흘째 파행이 이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의 실패와 대응책,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의 책임소재와 정부의 역할 등 시급히 점검할 이슈들이 묻혀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해양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제2의, 제3의 한진해운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업계와 근로자들은 국감의 파행쇼를 보며 박탈감마저 들게 될 것이다.
더욱 국감 증인채택에 있어 포퓰리즘의 망령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어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비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무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원회실에서 향후 국감 일정과 증인채택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오는 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감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날까지 증인채택을 결정짓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 증인 출석이 불가능해진다.
야당측은 공정위 국감 증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정을 놓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삼성이 공익재단을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면서 그룹 지배권을 확대한 것은 편법이자 공익을 가장한 사익 편취라는 것이다. 이를 따져물겠다는 심산이다.
또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리콜사태와 내수·수출 제품의 가격 차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함이다. 앞서 여야가 증인채택을 놓고 대립각을 이룬 상황에서 파행 국감이 계속되자 야당측이 단독으로 증인채택을 시도할 태세다.
야당측 증인채택의 가능성도 크다. 증인채택은 삼임위 소속 의원의 과반수로 결정된다. 현재 정무위 소속 의원은 24명이다. 새누리당 소속은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이다. 상대적으로 야당측 의원 수가 많기 때문에 증인채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측 내부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채택은 어렵다는 기류도 나온다. 보통 국감 증인채택의 경우 대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수는 한 명 가량인데 물어 따져볼 게 있다고 한꺼번에 여러명을 불러 세운다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다.
또한 이들에게 책임추궁할 수 있는 논란마저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나 정 회장의 증인채택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 총수를 국감장에 불러 세운들 야당이 민생경제를 챙기고 있다고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시름하고 있는 우리경제에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야당측의 대기업 CEO의 증인채택 시도는 인기영합주의 정치(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당장의 걱정을 등한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는 시름하고 있다. 1년간 정부의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민낯을 찾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조선해운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수출업체의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충격파는 한국경제의 쓰나미로 부상하고 있다.
만일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가 장기화 되면 수출입 기업인 화주들의 피해는 더 커지고 수출 물량 운송에 차질이 일면서 우리나라 수출 전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을 저버리는 처사다. 지역경제는 이미 고꾸라지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일자리에서 내몰릴 처지이며 정부와 국회에 혜안을 찾아달라며 아우성이다.
더욱 한국경제의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 해법에 대한 깊은 고민과 내수경기를 살리는 정책과 대비책 등 민생경제 돌보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기영합 정치에 국민들은 이미 식상한 코드가 돼 버렸다.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야당이 일방적 면박식 질타와 맹목적인 지적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혜안을 저버린다면 국회의 기능은 그야말로 식물이 되버리고 마는 것이다.
막연한 의혹을 제시하며 일분일초가 시급한 경제상황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대기업 총수를 불러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증인으로 참석한들 파행을 거듭하는 멈춰버린 국감에서 증인 대기하다 되돌아가는 허탈한 광경이 연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부질없는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되고 소모적인 논란을 만들게 된다.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경제가 한진해운과 같이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이 때, 국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이것은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에 포퓰리즘은 있을 수 없다.
민병두 의원은 국감 파행으로 국감이 실시되지 않자 야당의원로 구성된 공개 간담회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한진해운에 승선한 외국선원의 'SOS' 문구를 든 애처로운 한장의 사진이다. 국회(국감)이 밥이 되어야 한다. 국감 파행은 이들을 이중고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 정쟁의 뛰어넘는 양보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야 밥값을 하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