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영장 기각…지배구조 개선‧투자 재개 등 경영 현안 산적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을 면하게 되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 정상화에 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법원은 지난 26일 검찰이 신청한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 신동빈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다시 시동을 것 전망이다./미디어펜

총수가 구속된 채 형사재판에 넘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된 롯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되자 롯데그룹은 “하루빨리 경영활동을 정상화 하고 위축됐던 투자 등 중장기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가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은 경영권 문제였다. 그룹 총수 자리에 공백이 생기면서 일본 롯데 이사진이 일본 뿐 아닌 한국 롯데 경영까지 간섭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0% 이상은 일본 롯데 계열사 소유다. 이들 임원진은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공동대표가 전권을 쥐고 우리나라에서의 경영까지 간섭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불구속 기소라도 형사재판에 넘겨지는 만큼, 신동빈 회장이 일본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지거나 최악의 경우 해임될 여지도 남아 있지만 총수를 중심으로 경영을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숨을 돌린 신동빈 회장은 곧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로 거의 4개월 동안 기업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 활동이 마비됐고 기업 체질 개선 등 완결되지 않은 경영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 수사로 무기한 연장됐던 호텔롯데 상장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과 함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문제가 불거지자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을 모아 지난해 초 416건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룰 올해 7월 67건까지 줄였다.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국내 지배구조 투명화에 이어 일본 롯데와의 종속 관계 정리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금융가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와 함께 일본 롯데 지주회사 격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지분 취득에 나서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검찰 수사와 함께 중단되다시피 한 투자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는 현대로지스틱스, 미국 석유사 액시올 등에 대한 인수건과 동남아 확장 등을 추진해 왔다.

당장에는 다음달 4일 예정인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힘을 실어야 한다. 지난해 잃어버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운영권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연간 매출 6000억 원에 달했던 중요 사업장으로 운영이 종료되면서 1300여명의 임직원이 유급휴직을 받거나 타 사업장으로 전출됐다. 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신세계, HDC신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 이들은 이미 사업권 획득을 위해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신동빈 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이어진 문제점들을 해결, 수습해야 한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쟁점이 된 총수 일가에 대한 계열사 부당 급여 지급이나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부정으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앞서 28일 롯데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부인 서미경씨 소유의 롯데백화점 내 식당을 모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비리 의혹과 낡은 경영 관습 척결이 지속되지 않으면 겨우 신동빈 회장 구속을 면한 롯데는 앞으로도 법 앞에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유감을 표하고 추후 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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