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독일 나치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하며 300만 명의 마약범을 죽이고 싶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해 기자들에게 자신이 비판가들에 의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의 사촌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GMA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히틀러가 3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며 "필리핀에는 30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독일에 히틀러가 있었다면 필리핀에는…"라며 "필리핀의 문제를 끝내고 다음 세대를 파멸로부터 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0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국내외 인권단체와 유엔, 미국 등은 마약용의자 즉결처형으로 인권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유대인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유대인 권익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의 랍비 아브라함 쿠퍼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역겨운 발언을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대인 차별철폐운동 단체인 ADL(Anti-Defamation League)은 "마약사범을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미 정계에 영향력이 큰 유대인들의 반발이 확산하며 그렇지않아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더 틀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8일 베트남에서 필리핀 교민들을 상대로 연설하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내가 죽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보 출처를 공개하지 않은 채 "CIA가 필리핀에 죽음을 경고하는 것인가"라며 "CIA가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고를 접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마약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문제를 제기한 미 정부에 내정 간섭 중단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의 남중국해 합동 순찰에 필리핀이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양국의 합동 군사훈련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주 외교 정책을 내세운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제·군사적 라이벌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른 연설에서 미국이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싫어하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제거했다며 그 사례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를 들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농담조로 미국과 CIA에 대통령 자리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CIA의 암살 음모를 거론한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에 대한 미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알고 있으며 이에 관계없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실리 외교를 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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