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300만명의 마약사범을 죽이고 싶다며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의회에서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처형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제 원조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필리핀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에마뉘엘 나숀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 외에도 국제사회 전반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 외교부는 "홀로코스트 만행을 다른 어떤 것에 비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필리핀 대사에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다마 디엥 유엔 사무총장 집단학살방지 특별자문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인류의 삶을 경멸하는 표현"이라며 "홀로코스트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널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도 "마약 남용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비인도적이고 인명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두테르테 정부에 원조 중단 가능성을 경고할 것을 요구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과 필리핀 관계는 민주적 가치, 인권존중 등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 상원에서는 벤 카딘 의원과 패트릭 리히 의원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전쟁을 통해 국민을 위협하고 마약 용의자 대량 살육을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하원의 에드셀 라그만 야당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유대인 희생자들을 깎아내린 것은 물론 초법적 마약용의자 처형 증가에 대한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히틀러가 3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며 "필리핀에는 30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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