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헐값에 넘기는 방식으로 증여 대상자들의 대규모 탈세를 지휘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실혼 부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배하는 구조다.
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오래전부터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해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친인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보유해왔다.
롯데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2003년 당시 국내 계열사 사장 L씨와 서씨 오빠의 지인 C씨가 각각 롯데홀딩스 지분 3.25%(14만1130주), 2.96%(12만8300주)를 차명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그해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수천억 원 어치로 평가되는 주식을 1주당 액면가인 50엔(약 500원), 약 1억3000만원에 헐값으로 서씨가 대주주로 있는 경유물산에 매각했다.
이후 2005년 신 총괄회장은 이 주식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세금을 덜 내고 증여하는 방안을 찾도록 그룹 정책본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채정병 당시 지원실장 등 정책본부 핵심 임원과 실무자들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도움을 얻어 차명지분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 소유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헐값에 매도하는 형태로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 방법을 마련했다.
롯데 측은 서씨 모녀를 위해 홍콩에 '차이나 라이즈(China Rise)'라는 자본금 2억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회사의 재출자로 싱가포르에 '경유(Kyung Yu)'라는 이름의 다른 페이퍼컴퍼니도 설립했다.
이후 경유가 미국에 설립된 자회사 '클리어스카이(Clear Sky)'에 신 이사장 몫인 롯데홀딩스 지분 3.0%를 매도 형태로 액면가에 넘기는 방식으로 일련의 증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각각 3.2%, 3.0% 지분을 줬다는 친필 확인서를 발견하고 롯데홀딩스가 정기적으로 경유와 클리어스카이에 배당금을 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내 거주자인 이들에게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탈세 규모를 1100억원 가량으로 주장하는 데 반해 3000억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