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세금 문제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장기간 연방소득세 납부를 피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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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세금 문제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SNS |
트럼프가 그동안 납세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면서 그동안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이번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익명의 독자로부터 제보받은 트럼프의 1995년 세금 기록을 근거로 트럼프가 그 해에 9억1600만 달러(약 1조111억 원)의 손실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른 세금공제로 상당 기간 합법적으로 납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금 전문가들은 부유층에 유리한 현행 세법 규정으로 볼 때 9억1600만 달러의 손실은 18년에 걸쳐 그만큼의 과세 가능한 수입을 상쇄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비롯한 미 언론은 일제히 '폭탄'과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보도했고, 의회전문지 더 힐은 선거판의 관심이 트럼프의 알리시아 마차도 비하 발언 및 섹스 비디오 논란에서 그의 세금 문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납세 의혹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장 클린턴 측은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클린턴은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납세 의혹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에 여러 차례 '잽'을 날렸다.
클린턴은 지난 2012년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 부채가 주체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미국인의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썼던 것을 리트윗하며 "18년간 세금을 0달러 냈던 이가 하는 말치곤 꽤 재밌다"고 비꼬았다.
이어 "트럼프는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가족들을 위한 400만 달러의 세금 우대조치를 원했다" "트럼프는 납세자들 덕에 수많은 사업에 돈을 펑펑 쓰고도 자신의 몫을 내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클린턴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NYT 보도를 인용하면서 "그가 얼마나 형편없는 기업인이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세금을 회피해 왔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에서 강력한 지지자로 변신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2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부자들은 갈수록 더 부유해진다"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해지는데 트럼프와 같은 억만장자는 세제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어 연방소득세 납부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거액의 돈을 날린 '버릇없는 녀석'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납세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는 '10억 달러짜리 루저'"라고 비아냥거렸다.
리드 원내대표는 또 "트럼프는 정작 힘들게 일하는 중산층 가족들의 돈을 떼먹으면서 자신의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10억 달러를 날린 후에도 계속해서 세금 혜택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에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는 회사와 가족, 종업원들을 책임지는 능력 있는 기업가로, 법적으로 요구되는 것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서 "트럼프는 재산세, 취득세, 소비세, 토지세, 지방세, 국세 등 수억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얼마의 세금을 언제 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캠프는 또 "이번에 밝혀진 유일한 새로운 사실은 이 20년 전 세금 자료가 불법적으로 획득된 자료라는 것뿐"이라며 NYT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본인도 이날 트위터에서 "나는 역대 어느 대선 후보다도 복잡한 세법을 더 잘 안다. 내가 조세 제도상의 문제점을 고칠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아예 트럼프를 '천재'로 치켜세웠다.
트럼프 캠프 정권인수위원장인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세법을 다루는 데 트럼프만큼 천재성을 보여준 사람도 없다"면서 "현행 연방 조세 제도가 완전히 엉망인데 이번 일은 트럼프가 왜 그 문제를 고칠 적임자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소득세 회피 논란 질문에 "내 답은 그가 천재라는 것이다. 진짜 천재다"면서 "이번 일은 완벽하게 세법의 합법적 조항을 이용한 것으로,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오히려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사의 제목은 마땅히 '트럼프, 세법의 적법한 조항을 활용하다'가 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샌더스 의원은 "왜곡된 시각"이라고 일갈하면서 "이런 것이 합법적이라면 NYT의 이번 보도는 우리의 현행 조세 시스템이 그만큼 부패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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