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국민재산늘리기' 취지로 도입돼 지난 3월부터 판매를 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반년만에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첫달에 120만좌에 달했던 ISA 신규가입 계좌수는 5개월차인 7월에 이미 1만7000좌대로 떨어졌다. 과거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던 재형저축은 출시 5개월차까지 3만좌 이상의 신규가입을 유치했던 것과 대비된다.
해지 계좌수 역시 재형저축이 큰 변동 없이 1~4개월차까지 2만좌 정도를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ISA는 첫 달 5000좌 해지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 5개월차에는 3만6000좌의 해지가 일어났다.
ISA의 신규가입이 급감한 것은 깡통계좌 논란, 수익률 공시 오류 논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ISA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ISA제도 자체가 국민들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ISA제도는 기 도입되었던 재형저축·소장펀드 등과 도입 취지가 비슷한데 이대로라면 ISA가 재형저축·소장펀드가 실패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기본목적은 가계의 저축과 투자 촉진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축 및 투자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지만 가입대상 제한, 장기간의 의무가입기간 강제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그런데 국민통장이 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ISA 역시 같은 규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대상 한정 △중도인출 제한(의무가입기간) △불충분한 세제지원 등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가입자격 확대에 있어 소득유형 등에 제한 없이 전국민을 가입대상자로 포함해 '전국민의 자산형성 계좌'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입대상자를 현행 '근로·사업소득자, 농어민'에서 '20세 이상 대한민국 거주자'로 변경해야 한다.
영국의 ISA의 경우 투자형 18세 이상, 예금형 16세부터 가입가능하며 일본의 NISA는20세부터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민 100명중 약 43명만 가입가능하다.
특히 은퇴자의 가입을 막는 것은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안정적 재산증식을 위한 자산관리 수단'이라는 ISA도입 취지와 모순된다. 실제로 ISA의 연령대별 가입현황을 보면, ISA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30~40대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비교적 연령대별 고른 분포를 보이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커지고, 특히 은퇴자인 60대 이상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도인출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정부는 '수시입출금을 막아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은 '중도인출이 어려우니 가입 자체를 안 하겠다'는 반응이다. 결혼, 주택자금 등으로 자금마련이 필요한 중산층이 쉽게 가입하고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도록 중도인출을 허용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제도 가입기간이 2018년까지로 한정되고, 세제혜택 기간도 가입일로부터 5년(일반형)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 장기 국민 재산형성 지원을 위해 ISA 제도 존속기간을 영구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이미 ISA를 영구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투자제고 효과 등을 고려해 영구화하는 것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연간 10만원 미만의 세제혜택으로는 실질적인 재산형성 유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계좌 내 발생 순이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현행 200만원으로 제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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