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국내 연구진이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 주사 바늘을 개발해 평소 지혈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카이스트 화학과 이해찬 교수 연구팀은 강한 파도에도 해안가 바위에 붙어 생존하는 홍합의 족사(어패류 몸에서 나오는 강인한 섬유다발)와 유사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바늘을 코팅하는 방법으로, 지혈 기능을 하는 주사 바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홍합처럼 접착력이 높은 카테콜아민 성분과 지혈 기능을 하는 키토산을 혼합해 만든 것으로 주사 바늘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주사를 놓으면 이 물질은 바늘과 분리되는데, 하이드로젤 형태로 몸에 남아 물리적으로 상처를 막는 지혈 작용을 하게 된다.
이때 키토산이 혈액과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물리적인 지혈 효과가 더욱 높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기존의 지혈 재료들은 기계적인 물성이 약해 주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을 견디지 못했지만, 연구진은 홍합의 단백질과 성분이 비슷하면서 강한 접착력을 갖는 카테콜아민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이 물질은 2주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분해돼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혈액 내 성분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또 이번 연구에 사용된 재료들은 이미 대량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만 통과하면 상용화에 큰 문제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장기입원 중인 암 환자나 당뇨병, 혈우병 등으로 지혈에 장애를 겪는 환자, 또는 아스피린 등을 장기 복용해 피가 잘 안 멎는 환자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중증 혈우병 환자의 경우 근육주사가 불가능하고 당뇨병 환자의 경우도 주사 뒤 피가 멎지 않아 큰 멍이 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임상시험만 통과하면 얼마든지 이들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혈액채취와 링거, 카테터, 스텐트 삽입, 약물 및 백신 주사 등 주사 바늘을 활용한 대부분의 의료적 처치에 적용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안정성평가연구소의 강선웅, 김기석 박사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재료 분야의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는 10월 3일자 온라인 판에 이번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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