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은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 만한 명분이 없습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산업부 백지현 기자.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과거 ‘생계형 파업’과 달리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명분’이 없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물류업계를 넘어 산업계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물류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8년 당시 파업은 치솟는 유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운송료로 인해 물류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대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조합원을 비롯한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언급한 그는 “이번 파업은 과거 생계형 파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는 지난 10일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개선방안’에 반발해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와 교섭에서 진전이 없는 한 ‘무기한 파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파업명분으로 삼고 있는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1.5톤 미만 소형화물차량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소형화물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정부안대로 실행될 경우 화물차량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켜 운임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서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화물연대 회원 대부분은 소형 화물차주가 아닌 대형 컨테이너 운송차령 소유주로 이해관계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화물연대는 수급조절제 유지, 표준운임제 법제화,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 화물연대본부가 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발전방안’이 마련되기까지 업계는 물론이고 차주단체와 50차례이상 테이블에 얼굴을 맞대고 협의를 거쳤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계 내에서도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유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파업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는 2주간 파업이 지속되면서 65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고, 최대 규모였던 2008년 파업 당시는 1만3000여대의 화물트럭이 1주일간 파업에 참여한 결과 56억3000만달러의 수출입 피해가 발생했다.

근로자가 더 나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해상 물류가 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육상 물류까지 발목 잡혀 국가물류가 마비된다면, 우리 국가 경제는 동맥경화 상태에 빠지게 됨은 자명하다.

이런 때 일수록 정부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폭력불법에 무력하게 굴복하거나 길거리에서 떼쓰는 세력의 이익을 위해 법률을 만들어주기 시작하면 나라 전체가 ‘밥그릇 챙기기’ 경쟁의 아수라장이 되기 십상이다.  ‘명분 없이’ 자행되는 파업의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