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는 야당과 언론노조의 정부여당 향한 정치공세 전유물 아냐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올해 언론사를 상대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진행한 국정감사는 꽤나 볼만했다. 이 표현을 쓴 건 중의적인데, 언론자유와 방송공정성을 주문처럼 외우는 야당 의원들의 언론자유 침해 갑질 꼴불견이 한 뜻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갑질에 대처하는 언론사 임원들의 당당한 태도를 의미한다. 11일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당당한 태도와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몰이 중이다.

필자가 본 기사 댓글란만 해도 "고대영 사장 멋있다" "개념있는 사장" 등등 고 사장 국감발언을 네티즌들이 칭찬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국감발언 앞뒤 전후는 이렇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정현 대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 KBS에 외압을 넣은 게 아닌가, 이걸 진상조사 할 생각이 없느냐 하자 고 사장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야당이 펄쩍 뛴 고 사장 문제의 발언은 이후에 나왔다.

유 의원은 "(이정현 녹취록에 대해) KBS가 단신기사도 무시했다고 기자들까지 성명서를 냈다. KBS가 전혀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라면서 "보도본부장이 여기 있다면 잠깐 일어나서 답변해보라"고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고 사장이 "국회의원이 특정 기사가 직접 나갔냐, 안 나갔냐를 보도책임자인 보도본부장에게 묻는 것은 사실상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본다. 저에게 물으시면 제가 답변드리겠다"면서 질문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유 의원이 발끈하면서 "훈시하는 것인가. 저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있다. 보도본부장이 대답해보시라"며 다시 따졌고 고 사장이 김 본부장을 향해 "답변하지마"라고 지시를 하자 야당이 항의하면서 소란이 벌어졌다는 게 그날 국감의 핵심 장면이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유 의원이 보도본부장에게 한 질문은 언론에 대한 외압인가 아닌가.

   
▲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당당한 태도와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몰이 중이다. /사진=연ㄹ합뉴스

언론자유를 정부여당 통제 도구로 이용하는 세력

세월호 사고 때 청와대는 이유를 막론하고 온갖 언론방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큰 사고가 났을 때 정부가 비판을 받는 것은 흔하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 같지도 않은 이유에 허위사실로 매도당하는 것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억지 매도가 섞인 이런 혼돈 속에서, 언론에 일방적으로 물어 뜯기던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를 가지고 사정 좀 봐 달라 KBS 담당자에 전화했던 것이다.

원래 보도담당자 책임자는 온갖 종류의 전화를 받게 마련이다. 그걸 다 외압이라고 한다면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외압을 받고 살아간다. 언론자유란 그 와중에 분별력 있고 소신 있게 지켜내는 소중한 가치인 것이지, 항의 전화 받았다고 그때마다 "언론자유가 침해됐다"고 써 갈기고 떠들어대는 양치기 소년 호들갑에 동원될 값싼 가치가 아닌 것이다. 야당이 건수 잡았다고 심심하면 청와대나 여당 공격용으로 이용해도 되는 하찮은 의미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언론자유라는 문제에서, 지금 야당이 전화하면 편파보도에 대한 정당한 항의가 되고 지금 여당이나 정부가 전화하면 외압이라는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다. 정부여당 쪽에서 공영방송에 보도 불만을 말하는 것은 외압에 언론자유 침해이자 탄압이고, 경영진이 기자와 PD에 보도에 관해 의견을 내는 것도 보도지침이고 부당한 간섭이란다.

웃기는 건 지금 야당이나 방송사 언론노조는 자기들은 거기에서 자유로운 무슨 대단한 권리증이라도 가진 양 군다는 것이다. 지금 야당은 방송사를 찾아가 그 기사는 왜 그따위냐, 왜 그렇게 보도 했냐 식으로 간섭해도 대다수 언론은 외압이라고 쓰지 않는다. KBS 국감에서 보듯 유승희 의원이 KBS 사장 보도본부장에게 기사가 왜 안 나갔냐고 갑질을 해도 언론은 야당 의원이 부당하게 언론자유를 침해했다고 쓰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사이다 같은 존재들

사장이 한 마디 했다고 보도지침이니 재갈물리기니 뭐니 노조 헛소리는 기사로 쓰면서 종북 정당과 정책협약까지 맺었던 언론노조가 내부에서 보도통제를 하는 건 언론독립성 침해, 불공정 보도, 외압이라고 쓰지 않는다. 노조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자기네 보도를 안에서 헐뜯고 딴죽을 걸어대는 걸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미화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KBS 국감에서 고대영 사장이 야당 의원의 갑질이나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 지적하고 반대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통쾌해야 할 일인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이 그런 웃기지도 않는 시대라는 게 현실이다.

유 의원 질문에 답변 말라고 얘기했다고 야당과 언론이 난리법석을 떨지만 고 사장은 주눅들 필요 없다. 자기들 하는 짓들은 생각 않고 툭하면 국회를 무시했다고 호통이나 치는 의원들의 구태에 기죽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하라는 국감은 안하고 고영주 이사장 사상검증하고 괴롭히는 정치공세나 하는 수준의 국회 아닌가.

어찌됐든 할 말도 못하고 야당 공세에 늘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다 야당과 언론의 무차별 공격에도 당당한 고영주 고대영 두 인물을 보니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얘기지만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라는 게 어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억압하고 길들이는 잣대로 이용돼선 곤란하다. 여야와 노사 모두가 똑같이 지키고 존중할 때 비로소 그 가치들은 빛이 나는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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