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낙하산 논란에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렀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한지 한 달여를 맞고 있다.

아직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거래소 직원들은 조심스럽게 정 이사장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의 전임 최경수 이사장이 지나치게 비용 통제에 집착했던 것과는 달리 정 이사장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한 거래소 임원은 “자잘한 비용까지 전부 올려야 했던 최경수 이사장에 비해 보고할 사항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최 이사장에 비해 선이 굵고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자신감도 넘친다”고 평가했다.

   
▲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 이사장은 평소 ‘큰 그림’을 중시하는 업무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에도 서민금융 정책, 가계부채 대책 등 굵직한 금융정책의 기틀을 짰다.

이와 함께 정 이사장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친화력’이다. 학자 출신임에도 뛰어난 친화력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 이에 거래소의 지주사 관련 법안 통과도 성사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그의 입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순간에 말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공적을 부풀려 말하다가 큰 것은 놓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정확한 탈락 이유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거침없는 언행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이후 KDB산업은행장과 IBK기업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되다가 거래소 쪽으로 거취를 정했다.

이런 정 이사장이 다시 ‘사고’를 쳤다. 전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를 한 투자자에게 (해당 종목)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금융당국에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당장 금융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는 등 진땀을 뺐다.

분명,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던 과거 거래소 이사장들과는 다른 언행이다.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자 현 정부 실세인 정 이사장이기에 가능했던 발언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기자들에 반말을 하거나 외모를 지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도 정 이사장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을 두고 “금융위 공무원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것이 자신이 모시던 분이 산하기관 수장으로 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5일 취임사에서 미국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었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문구까지 인용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정 이사장이 지주사 전환 등 산적한 거래소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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