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쇼핑 침체로 온라인에 뛰어든 유통가 ‘빅3’가 잰걸음을 하고 있다. 온라인몰 진출로 시작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가상 매장’으로 고도화 되는 모습이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의 온라인 쇼핑채널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 둔화를 겪은 백화점, 마트 등은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간편하게 손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발전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42조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세가 유지되면 올해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GDP의 5%에 육박하는 6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을 관망할 수 없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계는 신규 업계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에 입점하는 동시에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이들이 내세운 전략은 각양각색이지만 모든 온라인 유통채널을 묶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발전하는 IT(정보화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꾀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닮아있다.
IT가 적용된 쇼핑은 온라인에서 상품 정보부터 자체 결제 서비스를 통한 구매, 통합 멤버십 관리, 위치기반 ‘비콘’ 등을 활용한 쿠폰 제공 등을 제공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와 가상 장바구니·매장 등의 구현까지 더해져 온·오프라인의 양방향 교차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 롯데의 ‘옴니’ 마케팅
|
|
|
▲ 롯데백화점 분당점 '스마트 쇼퍼'/롯데백화점 |
전 유통 계열사의 ‘옴니채널’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롯데는 각사의 독립적인 온라인 몰을 아우르는 서비스 구축에 여념이 없다. 옴니채널이란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와 경로를 의미하는 ‘채널’의 합성어다.
핵심 서비스는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와 모바일 결제 ‘엘페이’, 온라인 구매 물품을 원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스마트픽’이다. 롯데백화점 온라인몰 ‘롯데닷컴’, ‘엘롯데’를 비롯해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슈퍼 등 계열사 온·오프라인 매장에 적용된다.
엘페이의 경우 오프라인 가맹점 1만2000여개와 9개의 온라인 채널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스마트픽은 전국 34개 롯데백화점 전 점포와 4200여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역으로 옴니채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잠실, 경기도 이천, 파주에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스튜디오샵’을 연이어 개장했다. 스튜디오샵 잠실점은 월 평균 방문객 3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IT 활용 서비스로는 ‘스마트 테이블’, ‘스마트 라커’, ‘스마트 쇼퍼’ 등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이들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였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분당점에 선보인 스마트 테이블은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쇼핑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며, 스마트 라커는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냉장 보관이 필요한 신선식품 보관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으로 비밀번호와 알람 등을 발송하는 서비스다.
이어 이달 5일 도입한 스마트 쇼퍼는 식품 매장에서 카트나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사용해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매할 상품을 들고 다닐 필요 없도록 해 쇼핑 편의를 증대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소비자 발 사이즈를 2초 안에 측정하고 분석해 적합한 신발을 추천하거나 수제화 제작을 돕는 ‘3D 발 사이즈 측정기도 선보였다. 도입 2개월 만에 이용객 1800명을 돌파했으며 이를 통한 구두 주문 건수도 800건이 넘었다.
여기에 9월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거울로 미리 옷을 입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3D 가상 피팅’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타미힐피거, 빈폴, 헤지스 등 3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연내 15개 브랜드 150개 품목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는 옴니채널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옴니로 산다’, ‘에브리바디 옴니파티’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엘페이, 스마트픽 서비스 이용자에게 추첨을 통해 최대 1인 1000만 포인트까지 지급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 ‘쓱’ 재미 본 신세계
신세계는 2014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온라인몰을 ‘SSG닷컴’으로 통합시켜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선보이며 이를 우리말 발음대로 ‘쓱’이라 읽는 마케팅으로 높은 소비자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다.
‘쓱’ 마케팅에 힘입어 SSG닷컴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올랐다. 모바일 매출액은 50% 이상 늘었으며 SSG페이 결제 건수도 1년 만에 500만건을 넘어 경쟁 유통사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통합 멤버십 포인트로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전국 3000여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SSG머니’가 있다. 단순 적립뿐 아니라 무통장입금, 신용카드 결제, 상품권·카드 포인트 전환 등을 통한 충전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모바일에 특화된 옴니채널 서비스로 ‘샤벳’ 앱도 선보였다. 상품 사진뿐 아니라 백화점 매장 전경과 착용 사진 등 다양한 각도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게 했으며 SSG닷컴과 연계해 쿠폰, 카드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O2O 전문매장도 구축했다. 지난달 9일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선보인 ‘슈퍼샵’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하거나 실물 상품을 직접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 공간이다. 전자가격표시기(ESL)를 통해 온라인 가격을 실시간 확인하고 이 가격 그대로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 스탬프, RFID, 터치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니지 등 IT가 적용돼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품의 가상 이미지를 확인하는 등이 가능하다.
◆ ‘가상 백화점’ 추격하는 현대
|
|
|
▲ 더현대닷컴 '몽블랑 VR스토어'/현대백화점 |
지난 1월 온라인 백화점 몰 ‘더현대닷컴’을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매장에 VR(가상현실) 등 IT를 적극 도입하며 바짝 추격에 나섰다.
지난 24일 더현대닷컴에는 가상 매장인 ‘몽블랑 VR스토어’가 추가됐다. 시계와 주얼리를 제외한 제품을 백화점 매장과 같은 가격에 판매하며 상품의 절반가량을 가상현실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판교점 나이키·아디다스, 중동점 남성복 매장 VR스토어에 이은 것으로 더현대닷컴 홈페이지나 앱에서 VR 기기를 통해 매장 전경을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매장을 이동하거나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VR 기기 없이 평면으로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상품 설명과 함께 해당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VR추천’ 서비스를 추가하고 2019년에는 백화점을 통째로 옮긴 ‘VR백화점’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더현대닷컴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디저트 스토어픽’을 압구정본점에 선보였다. 기존 의류·잡화·화장품에 적용되던 서비스를 몽슈슈, 움트, 몽상클레르, 풍년제과, TWG 등의 디저트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현재 스토어픽 서비스 이용 건수는 일평균 250건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향후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