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한달 이후 저녁이 달라졌다. 저녁 약속이 줄어들면서 개인적인 여유시간이 늘고 있고 귀가시간이 빨라지면서 외식보다 집밥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밥을 찾는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일부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 성장률이 성장하고 있다. 집밥의 부활이다.

3일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지난 10월 식품 매출이 두 자릿수대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식품 매출 신장률이 1~9월을 크게 웃돌았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선식품의 물가상승 효과 외에도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귀가시간이 빨라지며 외식에서 집밥으로 식소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의 식소비 지출은 지난해 기준 166조원으로 절반인 83조원이 식료품 소매판매, 나머지 절반인 83조원이 외식산업 매출로 구성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외식업 매출은 평균 24.9% 하락했다. 통상 외식매출에서 식재료비의 비중이 30~40%인 것을 감안할 때 식료품 소매판매는 약 7.5~10% 성장하는 반사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통업태별 식품의 매출비중을 보면 SSM이 87%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이 대형마트 53%, 백화점 15%, 온라인 10%, 편의점 6%(음료 매출 등을 제외하고 식사로 대용될 수 있는 프레쉬푸드군만 포함)순이다.

향후 식료품 매출 10% 성장한다고 가정할 시, 이로 인한 각 업태별 매출 성장 기여도는 SSM
8.7%, 대형마트 5.3%, 백화점 1.5%, 온라인 1%, 편의점 0.6%로 분석된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달 신선식품이 10%대 성장을 기록하며 기존점 성장률이 5%에 육박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현재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라 시간이 지날수록 외식 매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저녁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외식에서 집밥으로의 식소비생활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전체 식소비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이지만, 일본은 이 비율이 35%로 낮다 미국 역시 45%로 외식 비율이 낮다.

이 애널리스트는 "흥미로운 점은 일본은 이 비율이 1997년 40%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35%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라며 "반드시 청탁금지법이 아니더라도 장기 경기침체와 1인 가구화 등으로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트렌드를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