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1시 40분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에게는 직권남용 및 강요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이달 2일 검찰에 출석할 당시 입었던 검은 양복 차림 그대로였다. 두 손은 허리 뒤에 포승줄로 묶였다.

그는 호송차에서 내린 뒤 법원 내 구속 피의자 대기실로 이동해 심문 순서를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법정에 출석했다.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담박의 홍기채·김선규 변호사는 소명 계획을 묻는 취재진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검찰에서는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3명이 투입됐다.

이날 심문은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안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 긴급체포하고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미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을 압박해 최씨가 막후에서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과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수석은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이 1000억원대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수주를 노리고 스위스 누슬리사와 업무 협약을 맺는 자리에 그가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다.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있다.

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또 다른 혐의는 강요미수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의 광고회사 강탈 의혹에 일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차씨 측근으로 알려진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에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한편,  안 전 수석은 이날 "내가 대통령을 잘못 보필했다"며 "책임지겠다"며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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