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통령 하야' 부추기지 말고 진실규명과 탄핵절차 밟아야
   
▲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순실 사태’로 현직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한 초유의 상황을 맞았지만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강경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하야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지만 “비상결단 내릴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도 마찬가지다.

최순실의 비리가 국정논단에 이른다면 이는 큰 문제이므로 검찰수사로 명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야당이 외교안보 문건에까지 최씨의 개입이 있었다며 그동안 추진해온 국가정책 전반을 무효라 주장하니 더욱 그렇다. 

또 최순실 일가의 각종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져 드러나고 있으므로 권력형 비리가 어느 정도인지도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 최종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는 것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이렇게 혼란스럽고도 불행한 사태를 맞은 국민 대부분은 명확한 진실규명을 원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번 사태에 국민은 물론 교포들까지 자존심이 크게 깎였다. 

그런데 처음 특별검사 수사에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하던 야당은 최 씨가 전격 귀국해 검찰에 체포됐는데도 검찰수사를 못 믿겠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는 거국중립내각 주장을 철회하고 무조건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그들 스스로 먼저 특검을 주장해놓고도 최순실의 국정논단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수사로 따져보는 절차를 뛰어넘어 하야하라는 주장을 보면서 무슨 다른 목적을 감춰둔 것은 아닌 지 의심스럽다.

   
▲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헌정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에 임할 것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청와대


야당은 박 대통령을 향해 무조건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그 말 그대로 따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국정에서 손을 떼더라도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런 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통령으로서 최우선 책무인 국정수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그것이 국민 여론이라고 믿는다면 헌법에 따른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물러나기 위해서는 수사로 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온갖 악성루머 속에 이번 사안을 묻어버리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 65조 1항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제도와 3항에는 국회의 탄핵소추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그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이 탄핵 절차를 외면하는 것은 식물정부를 만들어 박 대통령을 2선으로 물러나게 만들거나 하야시켜서 자동으로 정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성공하지 못한 전례를 되풀이할까 두렵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특성으로 하는 현대정치에서는 모든 절차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즉 국민은 나를 대표하는 사람을 선택해 그 ‘권위’에 나 스스로 복종하는 행태로 국가가 운영된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퇴진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지금 야당이 대통령을 향해 “2선으로 후퇴하라”, “하야하라”라고 주장하며 장외투쟁으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법과 원칙을 저버린 것일 뿐더러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을 최순실과 관련된 추문처럼 막 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야당에서 비난하는 박 대통령의 총리 지명은 앞서 야당이 먼저 제기한 거국내각중립을 여당이 수용했는 데도 야당이 이를 번복하며 추진하지 못하는 동안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야당이 한 것이라고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주술정치” “꼭두각시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온갖 루머를 선동하며 대통령 하야를 부추긴 것 외에 꼽을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엄정한 검찰수사를 지시했다. 이후 최순실 씨가 전격 입국해 검찰에 출두한 뒤 체포됐으며, 박 대통령은 우리사회 원로들을 만나 조언도 들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스스로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밝히기 직전까지 열흘간 우병우 민정수석 및 ‘측근 3인방’을 경질하고 책임총리와 비서실장 등을 새로 선출하는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중단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지금 야권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해야 하므로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고, 검찰수사는 진행되겠지만 국민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대선이 블랙홀이 되어 최순실 파문은 진짜 비리와 악성루머가 혼재된 지금 상태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진실규명은 물론 국민의 자존감도 회복될 수 없다.

이번 주말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있었고, 교복을 입은 중학생·고등학생까지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국민의 목소리, 시민사회에서 나오는 여론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국민이 마지막으로 귀속할 곳은 역시 국가이다. 국가를 유지시키려면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부정하고 감정을 내세워 이성을 마비시킨다면 우리에게 정치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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