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미국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우위였던 대선판은 선거를 11일 앞두고 터져 나온 FBI발(發) '폭탄' 선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FBI 재수사 결정이 나온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후 이달 4일까지 나온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전국단위 추적 여론조사를 보면, 29일 클린턴의 2%포인트 우세→30일 클린턴의 1%포인트 우세→11월 1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1%포인트 역전→2일 동률→3일 클린턴의 2%포인트 우세→4일 클린턴의 3%포인트 우세 순으로 이어졌다.
클린턴은 멀찌감치 앞서 달리던 구도에서 '이메일 재수사' 결정이 나온 이후 격차가 급속히 줄다가 결국 역전까지 허용한 끝에 다시 서서히 우위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두 후보 간 격차가 여전히 오차범위(±3.5%) 안에 머물고 있어, 사실상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누구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이다.
지난 7월 중하순, 각각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클린턴과 트럼프는 100일 레이스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등락을 반복하며 불꽃 대결을 펼쳐왔다.
트럼프의 막말과 음담패설 비디오, 클린턴의 실언과 이메일 스캔들 논란 등 각종 고비마다 지지율은 요동쳤다.
첫 균형 붕괴는 7월 말 트럼프의 입이 화근이 됐다.
무슬림계 이라크전 전몰군인의 부모를 비하하는 그의 발언에 역풍이 거세게 일었다.
클린턴이 고삐를 당기며 8월 말, 리드 폭을 두 자릿수대로까지 확대하자 '대세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내 경선에서 막말로 재미를 봤던 그였지만, 트럼프는 대선 캠프 수뇌부 교체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인종차별 발언을 후회한다며 '변신'을 시도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으로 대표되는 강경한 이민정책을 다시 전면에 내건 트럼프는 멕시코 대통령 면담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백인 지지층을 결집하며 초반 실점을 만회해 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클린턴에게 악재가 겹으로 찾아왔다.
대선후보에겐 치명타인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뉴욕에서 열린 9·11테러 15주기 추도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한 것이 빌미가 됐다.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는 실언을 했다가 주워담아야 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과 가족재단인 클린턴재단과 국무부 간 유착설도 동시에 발목을 잡았다.
지지율은 아래로 추락했고, 불과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리드를 고스란히 반납했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분수령은 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진행된 3차례의 TV토론에서 찾아왔고, 그 사이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폭로되면서 승부는 확연히 힐러리 쪽으로 기울었다.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비하 발언에도 핑계만 둘러대고, 20년 가까이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서도 '합법적인 절세'라고 강변한 것도 민심이 돌아선 요인이었다.
특히 잠자리를 가지려고 유부녀를 유혹하는 내용이 담긴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후폭풍은 후보 교체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만큼 거셌다.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까지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공화당 지도부는 일제히 등을 돌렸다.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구역질이 난다"는 말과 함께 트럼프와의 첫 공동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이후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12명이나 대중 앞에 나타나면서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10월 23일자 ABC방송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8%로 꼬꾸라졌고, 반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50%로 고공비행을 했다.
그러나 FBI가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한다고 발표하면서 판세를 다시 흔들었다. 대선을 불과 11일 앞둔 지난달 28일의 일이다.
판세 굳히기에 나서려던 클린턴은 오히려 수세로 내몰렸다.
특히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에 실망해 흩어졌던 공화당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시기와 맞물린 탓에 파장은 더욱 컸다. 판세는 대선일을 목전에 둔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이에 클린턴 진영은 흑인과 히스패닉, 트럼프 진영은 백인 중산층 노동자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체적으로 흑인의 조기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오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경합주를 매일 도는 강행군을 하며 흑인표 단속에 나섰다.
클린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은 3일 애리조나 유세에서 아예 30분 동안 스페인어로만 연설하며 히스패닉 표심을 공략했다.
트럼프는 '반(反) 트럼프' 진영의 선봉에 섰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유세 합류를 끌어내는 등 집토끼 단속과 함께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백인 중산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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