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그의 후보 시절 발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며, 정책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 언론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13일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대한 자체 해설이나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아시아 비전'이라는 논평을 통해 미국 새 정부 출범으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그러나 WSJ은 결론적으로 변화가 애초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이들 국가에 주둔미군에 대한 방위 분담금을 더 내라거나,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핵무장 허용론까지 꺼냈다.

WSJ는 이와 관련,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당선인의 과거 주장과 달리 거액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 신문은 "동북아 상황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더 거센 '무임승차론'이 불거질 수 있는 유럽과는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나빠진 관계를 고치려는 것 같다"며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약(상호방위조약)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17일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날 때도 이 같은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아시아에 배치한 군사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강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입장을 현명한 움직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의 정책 자문역인 알렉산더 그레이, 피터 나바로는 대선 후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미군의 동북아 군사력 증강을 시사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 중심축을 옮긴다며 목소리만 높였을 뿐 실제로는 작은 작대기 하나를 들고 다니는 데 그쳤다"며 군사행동 자제를 비판했다.

WSJ는 오바마 행정부에 과오가 많지만 패권을 노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방을 어떻게 지켜내느냐, 얼마나 강력하게 개입하느냐에 21세기 미국 안보가 달렸다는 점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행로를 거스르는 게 아니라 더 강한 확신을 갖고 더 빨리 가는 게 옳은 길"이라고 제안했다.

WP도 그레이, 나바로의 기고문 내용을 분석하며 중국이 지금처럼 트럼프의 집권을 반길 처지만은 아니라고 12일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에는 예측불가능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망을 요약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트럼프가 고립주의를 추구, 국제사회 현안에 크게 개입하지 않아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WP는 트럼프를 지정학적 가치를 저평가하고 중국과 사업을 하려는 실용주의자, 아태지역에서 발을 빼려는 고립주의자, 인권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현실주의자로 봤다가는 나중에 크게 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폴 헤인리 칭화대 카네기·칭화국제정책소장은 "중국이 트럼프와 협력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내린 한가지 결론과 현실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큰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전문가들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현재 움직임대로 폐기된다면 중국에 전략적 이익일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시아 자유주의 질서의 보증인이라는 전통적 역할로 동맹국을 안심시키려고 해군력을 대규모로 재건하겠다는 등 그레이, 나바로가 소개한 트럼프 당선인의 약속을 보면 중국에 불길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도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나타날까'라는 최근 해설을 통해 "트럼프의 수사(修辭)가 급격한 변화의 신호인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총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