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 공화당은 자국의 슈퍼파워를 과시하기 위한 강달러 정책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과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기축통화를 무기로 다른 나라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계해야 합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2017년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3년간 미국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최 회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특히 공화당의 경제정책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우선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얄타회담, 애치슨라인 선포 등 미국은 한국을 3차례나 배신한 전력이 있는 만큼 미국이 한국을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정하고 군사적, 경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의 여러 공약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독단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인 동시에 공화당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상하 양원을 공화당이 지배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얼마나 자신의 색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나프타 역시 폐기보다는 재검토(Review)하자는 얘기부터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환율을 통한 무역 촉진, 반덤핑 관세나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등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공화당 정부가 미국의 종합무역법에 따라 보복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인 ‘슈퍼 301조’에 부정적이었던 전례를 들어 트럼프가 이를 다시 부활시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내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1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미국 경제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인상에 나설 수 있으니 그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외자 등이 부족해서 오는 아시아·남미형보다는 가계 대출 부실화 등으로 국내 자산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스칸디나비아형 위기가 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선거활동 기간 동안 강하게 비판한 중국 등 신흥국 증시·경제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선거 때와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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