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이후 특검 정국 돌입…숨죽이고 '긴장'
불확실성 높아져 경영계획 등 차질 불가피할 듯
[미디어펜=김세헌기자]주요 그룹 총수들의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이후 재계는 일부 기업이 연루된 의혹이 계속 수사 중인데다 향후 특검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본무 LG대표이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그룹 총수들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9개 기업의 총수는 물론 대다수 기업이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774억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출연금이라는 발표가 나와 부담을 덜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 관련 지원 등 대다수 의혹이 계속 수사 중인데다 향후 특검 수사에서 출연금의 대가성에 대한 조사가 다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에서는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씨 회사인 비덱에 승마 지원과 관련해 35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은 애초 중간수사결과에 승마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지만 향후 특검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씨 지인 기업에 대한 안 전 수석의 납품 검토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기부와 관련해 뇌물이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적용되자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과 차은택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여러 의혹에 결부된 CJ그룹 역시 수사가 아직 끝난 게 아닌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 과정에서 대기업과 청와대 간에 이뤄진 모종의 거래나 최씨 측과 관련된 의혹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 긴장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특검이 진행되면 이미 국정조사를 받고 돌아온 기업인들이 이후 또 다시 줄줄이 불려 나가야 할 사태가 초래되지 않을까 깊이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보다 특검 수사는 훨씬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소 몇 개월 동안은 재계 전체가 혼돈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수사,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까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 준비에 열을 올려야하는 지금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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