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전·현직 호남 출신 인사들이 강경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정치권에서도 호남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호남 출신 인사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호남계열 출신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전직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단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주 전 사장은 지난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선 참고인으로 출석해 잇단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주 전 대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면전에 두고 “우리나라 재벌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 운영 방식과 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간다는 논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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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왼쪽)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주 전 사장은 서울에서 출생해서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의 부친 고 주종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전라북도 부안 출신이다. 주 전 사장을 호남과 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14년 별세한 주종환 교수 역시 1970년대 후반부터 재벌 중심 경제 폐해를 지적한 진보적 경제학자였다. 그는 1985년 저서 재벌경제론을 통해 재벌의 혈족 지배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 교수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내는 등 시민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
주 전 사장의 형은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로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운동을 펼쳤다. 동생 주은경씨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호남인의 색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과는 달리, 주 전 사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그가 증권가에서 행한 여러 행위들이 직원들을 고통으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주 전 사장은 ‘구조조정 청부사’로 불릴 정도로 직원 해고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2005년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우리투자증권과 LG투자증권의 통합과정에서 600여명을 내보내는데 관여했다.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옮긴 뒤에는 바로 전 직원의 21%인 350여명을 내보냈다, 주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한화투자증권을 떠난 인원은 600명이 넘는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라면 구조조정은 물론, 임직원에 대한 연봉삭감도 과감하게 단행했다. 구조조정으로 영업인력이 부족해지자 주가연계증권(ELS)의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헤지(위험회피)형 ELS 잔고를 1조9000억원까지 늘렸다가 시황 변동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한화투자증권은 결국 주 전 사장이 물러난 뒤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단행해야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856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 뿐 아니라 서비스선택제 등 여러 가지 ‘불통 경영’으로 임직원과 갖가지 마찰을 일으키면서 주 전 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자리를 떠나야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 전 사장에 대해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감정 교류가 안 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형 인간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 전 사장에 대한 찬양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 전 사장이 업계에서 벌인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슨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했다”며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낸 사람이 자신이 속해있던 기업과 그룹을 그렇게 비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내놓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합병 관련 인사제도 개편안을 통해 합병 위로금 지급을 철폐하고 본사 영업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합병 위로금은 필요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미래에셋대우 노조 관계자는 “아직 박 회장이 확실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합병 위로금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심정적으로 많이 안 좋은 상태”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합병 위로금 지급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역시 호남 출신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윤 회장은 15일 단행한 KB증권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을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S&T) 부문장으로 영입하고 KB금융지주 출신을 내려보내면서 현대증권 장악에 나섰다.
김남구 부회장은 최근 역시 같은 호남 출신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등 호남권 금융인맥 밀어주기에 돌입했다.
이와 더불어 전남 보성 출신인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화제의 인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그간 활동이 뜸했던 임 위원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금융위원장으로 유임을 결정하자 성과연봉제를 금융권에 강하게 압박해 우리·신한·KB국민 등 시중 민간은행 7곳이 이사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
임 위원장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금융노조가 사퇴를 촉구하고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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