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국정 공백 상태를 맞아 비상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는 투자와 사업재편, 인수합병 등의 중대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사와 채용, 조직개편 등 내부정비 작업을 계속 미루기엔 곤란한 상황인 만큼 연말과 연초에 예정된 사장단·임원 인사 등은 대부분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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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 연합뉴스 |
◇ '최순실발 탄핵정국' 주요 기업들 비상경영 본격화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등으로 애초 이달초 잡혀 있던 사장단 인사가 연기된 상태다.
또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공언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등 후속 과제가 남아있어 그룹 안팎이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하지만 연말 전략회의 등 상시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21일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DS(부품),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별로 사업부장과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계는 삼성이 연말 사장단 인사 연기로 인해 전체 기업 경쟁력에서 10~20%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하순 해외영업본부 법인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고 국내외 상황을 공유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 예정된 정기인사를 가급적 차질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예년보다 조금 늦추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이르면 내주 후반 예정대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총수 청문회를 앞둔 지난주에도 예정대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했다.
롯데그룹은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예정대로 내년 1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17년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연초 단행하는 인사와 조직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주력인 방산, 석유화학, 서비스, 금융, 태양광 등이 탄핵 정국이나 일시적 국정 공백에 따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내년에 계획된 투자와 채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비상계획을 가동하거나 직원들에게 탄핵정국과 관련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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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회. |
◇ '존폐 위기' 전경련, 쇄신안 마련 나섰지만…'난항'
삼성 등 주요 회원사의 공개 탈퇴 선언으로 해체 위기에 내몰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회원사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30대 그룹 회원사들을 상대로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삼성, 현대, SK, LG, 한화 등 주요 그룹 다수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사들은 더 중요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최근 해체 여론에 직면한 전경련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경련은 10대 그룹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참석 의사를 밝힌 기업이 두, 세 곳에 불과해 30대 그룹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참석 대상은 연말 일정 조율이 어려운 그룹 총수들 대신 전경련을 비롯한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사장급 실무자로 정한 바 있다.
전경련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2월 600여개 회원사가 참석하는 정기총회 전까지 개편 방안을 최종 결론 내고 정기총회에서 이를 승인받겠다는 방침이다.
◇ 조양호 회장 모친 김정일 여사 별세…애도 물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모친 김정일 여사가 지난 15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계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은 슬하에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2006년 별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현숙 씨 등 4남 1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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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회장(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의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조양호 회장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은 16일 오전부터 조문객을 맞았고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여사를 비롯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유족도 함께 했다.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시작되면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과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날 낮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이 조문했고 재계에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조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잇따라 다녀갔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이날 오후 8시께 빈소에 도착해 50여분 가량 머물며 유족을 위로했다.
이 외에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배우 최불암 씨 등도 다녀갔다.
김정일 여사는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부인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어머니로서 한진그룹의 기틀을 닦는데 평생 헌신한 조력자였다. 현모양처 스타일로 조 창업주를 내조한 고인은 평생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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