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희연 '고승덕 美 영주권 보유' 허위사실 진실로 믿어"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 후보 고승덕 변호사에 대한 네거티브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60) 서울시 교육감이 벌금형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건 맞지만, 허위사실을 진심으로 믿고 한 행동으로 보고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7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벌금액 100만원 이상) 위기에 처했던 조 교육감은 항소심의 선고유예 결과가 유지되면서 교육감직을 보전하게 됐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면소해주는 법원의 '선처'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재판부는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해 이뤄진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5월25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 후보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발표, 다음날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 후보가 몇 년 전 미국 영주권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인터넷과 방송 등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 선거의 위법행위를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한다. 조 교육감에게 실제로 적용된 죄명은 선거법상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다.

2015년 4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은 배심원 7명 전원의 유죄 평결을 반영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조 교육감의 행위 중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행위는 무죄,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면서 "공직 적격을 검증하려는 의도였으며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아니어서 비난 가능성이 낮다"며 1심을 깨고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조 교육감은 이날 대법원 선고를 직접 방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적격성 문제를 둘러싼 의혹 제기 토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넓게 유지돼야 한다는 전향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이어 그는 "일부 유죄라는 판결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깊이 수용한다"며 "상대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에게 다시 한 번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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