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처지여서 경영 활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기인사에서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일부 그룹은 정유년 새해를 맞아 야심찬 경영계획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올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경영목표와 전략을 내놓았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통령 탄핵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진정성"이라며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속에 진정한 사업모델의 혁신이 촉발될 것이며 사업모델이 명확해진다면 자산 효율화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는 의미가 없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의 문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올해 그룹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되면서 각 계열사는 기술 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수익기반 다변화,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시장 개척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강조했다. 성찰의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진화의 DNA'를 제시하며 조직문화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아 새 생각, 새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 시대에 걸맞는 리더십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는 사업 구조 고도화, 기업경영의 기본과 원칙 바로 세우기,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을 리스크 관리를 제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안전·서비스 기본 원칙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규정과 매뉴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충분한 이해와 반복 훈련을 통해 규정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북화해 및 공동번영을 위한 현대그룹의 가교역할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환경은 더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며 대한상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상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며 "올해 기업인들이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 재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 희비 엇갈린 삼성…'특검 소환·깜짝 실적'

   
▲ 삼성그룹 서초 사옥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삼성그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자금이 흘러간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특검 수사에 대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차례로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삼성 측과 소환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뇌부 소환은 국민연금, 박 대통령, 삼성그룹 간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가 종반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검팀은 지난해 7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행사인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국민연금, 청와대, 삼성 간의 관계 입증에 힘을 쏟아왔다.

삼성 합병 찬성 등을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되면 삼성그룹 수뇌부가 뇌물 공여자로 처벌을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깜짝실적을 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6일 지난해 4분기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전 분기(5조2000억원)보다 76.92%, 전년 같은 분기(6조1400억원)보다 49.84% 급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9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2013년 3분기 역대 최고치인 10조1600억원 이후 무려 13분기 만이다. 2013년 3분기와 같은 해 2분기(9조5300억원)에 이어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8조1400억원)에 아홉 분기 만에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작년 3분기에는 갤럭시노트7 리콜 등에 따른 기회손실을 반영하느라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추락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손실(약 2조원)이 없었다면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1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에는 1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로는 연간 40조원에서 최대 50조원까지 영업이익 규모를 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최대치는 2013년 36조7900억원이었다.

사업부문별 세부실적은 이달 말 확정실적을 발표할 때 공개될 예정이다.

◇ 한화가 3남 김동선, 술집 난동으로 입건

   
▲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 씨(오른쪽)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술에 취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면서 재계에 큰 논란을 낳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6일 특수 폭행·공용물건 손상·업무방해 혐의로 김동선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김동선씨는 5일 오전 3시 30분께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 두 명을 때리는 등 소란을 피우고, 경찰에 연행되는 동안 순찰차 안에서 난동을 부려 좌석 시트를 찢는 등 차량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김동선씨는 마시고 있던 위스키병을 종업원 얼굴을 향해 휘둘러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업원들이 직접 병에 맞지는 않아 다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주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김동선씨를 체포해 조사했다는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재벌 2세로서 이른바 '갑질' 횡포가 심해 죄질이 불량하고, 과거에도 술을 마신 뒤 비슷한 행동을 한 전력이 있는 재범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동선씨가 연행 과정에서 순찰차를 파손하고 파출소와 경찰서에서도 계속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운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김동선 씨의 사고 소식에 크게 노하며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은 반성과 자숙하라"고 말했다고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은 전했다.

갤러리아승마단 소속 승마선수인 김동선씨는 한화건설에서 신성장전략팀 팀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와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