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중 유사사건만 40여건…병역법 88조 3번째 헌법소원 판결에 이목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종교 교리에 의한 집총 불가 등을 들어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판례가 잇따른 가운데, 비슷한 이유로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사람에게까지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예비군 훈련에 대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무죄 선고를 내린 것은 2004년 이후 13년 만이다.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례가 늘어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3번째 위헌법률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형걸 판사는 15일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3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유씨는 지난해 3월쯤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법정에서 "전투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병역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형걸 판사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한데도 국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형사처벌만을 감수하도록 한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은 대체 복무제"라며 "특히 예비군 복무는 약 2년간의 현역 복무와 비교할 때 매우 가벼워 형평성 있는 대체 복무를 설계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무죄가 내려진 사례는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단 한번 있었고, 이번이 13년 만에 처음이다.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병역법 위반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이보다 많다.

특히 최근 이런 무죄 판결이 부쩍 늘어 2015년 5월 이후 광주지법 7건, 수원·인천·청주지법 각 2건, 부산·전주지법 각 1건 등 1년 반 새 벌써 15건에 이르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만도 40여건에 이른다. 

현행 병역법 88조에서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도 예비군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토록 한 이 법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다수 판사는 이를 근거로 군 입영 거부자의 경우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또다시 헌법소원을 내자, 조만간 있을 최종 판단을 앞두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반영한 무죄 판결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세다.

국제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징병제 국가가 늘고 있고, 유엔 인권이사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한국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특수한 안보 상황 때문에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고, 실제로 안보 상황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고도화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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