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통 보수를 자처하며 24일 공식 창당된 바른정당이 "애국보수가 제대로 기댈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도 정작 세간에서 '애국보수'로 불리는 민심에 역행하는 언사를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인용을 단언하고 범죄자로 단정짓거나, 친박계와 싸잡아 헌법유린·패권세력으로 매도하는 한편 탄핵 반대세력이 정국을 혼란시킨다는 등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김무성 고문은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 "박근혜 정부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 퍼포먼스를 했다.
또한 "박 대통령 사당이자 자정능력을 상실한 새누리당으로 더 이상 보수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었다"며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보수 가치를 지키려는 저희 동지들의 염원이 오늘 바른정당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애국보수가 제대로 기댈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분열 없이 보수정당을 재건해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불가능했다"고 분당 사태를 친박계 탓으로 치부했다.
홍문표 신임 최고위원 역시 "친박 실세들은 천만 촛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뉘우치긴커녕 썩은 동아줄에 발버둥치고 있다"고 언론계가 집회 주최측 추산만으로 조장한 '천만 촛불 프레임'을 근거로 친박 때리기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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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 행사 초입에 31명의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무릎을 꿇은 채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김무성 고문이 대표자로서 낭독했다./사진=미디어펜 |
특히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오늘 아침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는 퇴역 장성 한분을 뵀는데, 그분이 제 손을 잡고 '박 대통령이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친북세력들이 집권하고 나라를 어지럽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태극기를 들고 나간다'고 말씀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위 '태극기 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상당 부분이 미확인·조작 언론보도와 야권 및 사정당국의 사실상 공조에 기인했으며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무효'라고 보는 게 주된 흐름으로서, 이 정책위의장이 전한 사례와는 괴리가 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이제 3월 초가 되면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되면 당원 동지들이 잘해줘야 한다. 탄핵이 끝난 다음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탄핵이 원천무효다',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되면 안 된다'라면서 정국을 또 다시 혼란상태로 몰아가면 그 때는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탄핵 정국 과정에서 일어난 혼란의 책임을 탄핵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보수진영의 '집토끼' 민심 책임으로 돌리는 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이어 "우리가 2개월동안 '그런 세력'들을 잘 다독거리고 수습해 새누리당에 계신 분들도 전부 바른정당으로 모이게 해서 대권 경쟁에 나서야한다"고도 했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민심을 당론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 의장은 "모든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잘 만들어 선보이면 우리가 다시 한번 깨끗하고 따뜻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새누리당과 '집토끼' 민심 포섭 의지를 거듭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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