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TPP 이어 한미FTA '궤도수정' 가능성
자국기업·근로자 보호정책 대미수출 '빨간불'
[미디어펜=김세헌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격변을 예고한 통상 정책 기조에 우리나라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움직임을 보이면서 멕시코, 베트남 등 해당 협정의 수혜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TPP가 무산되면서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강조해온 보호무역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확실하지 않아 향후 닥쳐올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IT·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 업종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변화하는 대미 교역 지형도에 종전보다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TPP 협상 철수, 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트럼프발 보호무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자동차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로 5년간 수출손실이 133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물량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제품 경쟁력 향상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국내 자동차업계는 보호무역 등에 대비하기 위해 현지 생산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주력 수출시장으로 남아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작년 미국으로 각각 36만8000여대, 45만5000여대를 수출한 바 있다. 

특히 기아차는 최근 멕시코에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기지로 공장을 신설했는데, 미국이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미국 수출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IT·전자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하면 미국내에 공장이 없는 외국기업에 대한 수입제한, 세금인상 등 각종 장벽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자국 근로자 보호정책 등이 몰고 올 영향에 촉각을 세우면서 단기적으로는 TV나 가전제품 등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취임 이후 실제로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고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선언한 만큼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나 IT 관련 부품, 제품의 수출 환경이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물론 최근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인 탓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 상황을 더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고심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철강 수입 규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은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위험요인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특히 신재생에너지 업종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경기지표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간 강달러로 유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트럼프 취임 이후 환율 변동 추이를 주시하면서 긍정·부정 영향을 셈하고 있다. 항공사는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가 확대되고 유류비, 해외지사 운영비를 포함해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낮아진다.

장기적으로는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트럼프가 향후 폐쇄적인 비자정책을 편다면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져 항공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할부금과 같이 규모가 큰 지출은 모두 달러로 결제한다"며 "환율 상승세가 지속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텐데,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