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사드 보복에 트럼프 노믹스까지
경영위기, 불확실성…대내외 악재 겹쳐
[미디어펜=김세헌기자]대내외 악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현 위기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기업들의 모습에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지난 13일 특검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가 주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고 국정조사에 불려 나가는 수모를 겪었는데, 또다시 특검 사무실을 오갈 가능성이 커지게 되자 올해 사업계획을 구체화 할 중차대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가장 큰 걱정이다.

여기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통상 보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의한 보호무역 주의 확산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재계에서 고조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동력인 삼성과 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그룹이 모두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속에 보호무역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특검을 의식하며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투자, 채용 등 주요사업계획도 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특검에 또 한 번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 경영에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최고위 지도자 사이의 신뢰 회복과 정치력 발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따른 양국 정상외교의 공백은이 아쉬움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 측은 사드 갈등이 우리 기업의 대 중국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우리나라의 리더십 공백과 국정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문화, 경제 영역에서 노골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이 재계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한류 규제 역시 정부 차원의 실효적 대응카드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상외교의 공백이 아쉽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지도부 안에서 사드에 대해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중 정상 간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이고 신중한 정책 방향으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에는 충격이 미약하고 미국 기업에는 장기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공격적으로 나아간다면 글로벌 경제의 축을 흔들고 국제무역에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재계에서는 트럼프가 그간 주장해온 '미국 우선주의'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본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부터 흔들리던 환율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우리 기업의 수출길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긴 불경기의 늪에 빠져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활로로 기대받고 있지만, 곳곳에 있는 불안요소의 영향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한동안 부진을 지속하다 지난해 11월 2.5%, 12월 6.4% 증가해 2014년 10월 이후 26개월 만에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제품(86.0%), 반도체(52.5%), 철강제품(19.9%)이 수출액 증가세를 선도했다.

이렇게 비로소 살아나는 듯 보이는 우라 수출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거대한 암초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까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후보 시절이나 당선인 시절의 언행을 보면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실제로 중국을 향해 무역장벽을 쌓으면 중국의 미국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5%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의 대중 수출 1244억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출액이 18억7000만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와 같은 국제 협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미국 수출길이 막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