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대외활동 제한, 후계자 현장경영 활발
LG 구본준·현대차 정의선 등 신사업 챙겨
[미디어펜=김세헌기자]대기업 총수(오너)를 대신해 '후계자'나 '오른팔'로 불리는 이들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일부 기업 총수에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지는 등의 이유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대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종전보다 더욱 눈에 띄고 있다.

   
▲ 구본준 LG 부회장(가운데)이 19일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 하현회 LG 사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LG그룹 제공

20일 재계와 각 그룹에 따르면 구본준 ㈜LG 부회장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존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역할에 더해 그룹 운영 전반을 살피고 주요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이번 회의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했다.

구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고객 가치에 기반을 둔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수익 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육성으로 연계함으로써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올해 들어 전략회의를 처음 주재한 구 부회장은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을 당부했다. 그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한층 더 체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경영혁신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성장,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예측력 제고에 기반을 두고 잠재위험을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임원진에게 당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17~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 CEO들과 올해 주요 산업 동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 부회장은 재작년과 작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하느라 다보스 포럼에 불참했으나, 올해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행사에 이어 두 번째 출장지로 다보스 포럼을 택했다.

정 부회장은 포럼의 자동차 분과 위원회 주요 세션에 참석해 올해 주제인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미래운송 수단에 대한 전망과 분석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또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주요 기업 CEO들을 만나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 추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도심 운송 시스템 변화를 다룬 '자율주행차의 미래' 세션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주요 완성차 업체 CEO들과 미래 자동차 트렌드와 방향성,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한화큐셀 김동관전무(사진 맨 우측)와 한화테크윈 신현우대표(사진 맨 좌측)가 미국 Honeywell사의 데이브 코티 회장(사진 중앙)과 면담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양사는 M&A 전략과 4차산업혁명에 대한 insight를 교환하는 한편, 항공분야에서의 사업협력 강화 및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를 비롯해 한화 계열사 대표들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의 두 아들과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 한화테크윈 신현우 대표, 한화토탈 김희철 대표, 한화자산운용 김용현 대표 등은 다보스 포럼 기간 동안 글로벌 리더 200여명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신성장 사업을 찾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8년 연속 다보스 포럼을 찾은 김 전무는 태양광 산업 전반에 걸친 한화큐셀의 내부 혁신과 외부 협력 사례를 공유하는가 하면, 미국 허니웰 회장, GE(제너럴일렉트릭) 오일&가스 회장, 프랑스 토탈의 회장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상무는 베트남 소프트웨어 기업인 FPT 회장, 인도의 핀테크 솔루션 회사 FT캐쉬 대표이사, 인도네시아 와나아르따 생명보험 이사회 의장 등과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함께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알린 조현상 사장이 다보스 포럼을 찾아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은 국내 재계 인사들이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지식인들과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일제히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출국금지 명단에 포함돼 대부분 불참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전제로 모든 준비를 해뒀으나, 특검의 출금이 풀리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같은 이유로 불참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 연초부터 신사업이나 사업재편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당면과제인 신성장동력 창출을 책임지는 그룹 내 2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의 행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총수의 대외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와중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