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주택시장이 연초 냉각기를 맞고 있지만 봄이 되면 시장이 다시 나아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11·3 부동산대책과 11·24 잔금대출 규제, 여기에 금리 인상과 입주대란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올해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부터는 서울 등 입지가 뛰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거래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약세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폭이지만 반등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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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GS건설이 분양한 '방배아트자이'는 11·3 대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분양한 재건축 단지들과 비교하면 다소 감소했지만 실수요자의 당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정유년 주택시장이 매수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진은 '방배아트자이' 견본주택 현장. |
27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38만3000가구로 2012년(17만8768가구)에 비해 배가 넘는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서 재고주택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여기에 미국이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경우 국내 주택시장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악재가 이미 예견된 것인 만큼 설 연휴가 마무리되고 봄 이사철이 되면서 관망하던 매수세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 주보다 0.02%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0.02%) 이후 9주 만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연초 심리가 위축돼 있지만 둔촌주공과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과 일반 아파트 저가 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재당첨 제한, 청약 1순위 자격조건 강화 등으로 인해 '투자용' 수요는 줄었지만 실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근 청약을 접수했던 '방배아트자이'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국 소장은 "방배동의 1순위 자격 통장이 기존 100개였다고 하면 재당첨 제한 규제 등으로 지금은 17개 꼴"이라며 "견본주택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말을 빌리면 규제 덕분에 경쟁률이 낮아져 좋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이 호황에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속에 시세차익 목적의 투자수요는 사라지겠지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17 주택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하락하고 있다"며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과 악재가 있는 지역의 가격 방향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수요가 상당부분 줄어든 반면 실수요는 이어지면서 주택시장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봄 분양에 접어들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 봄부터 우수입지에 수요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좋은 입지의 경우 침체 없이 시장이 계속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며 "무주택 실수요자와 1주택 수요자는 투자자가 빠져 나간 만큼 당첨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개포지구의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떨어지는 등 올해 시장 전망은 전반적으로 어둡다"면서도 "비수기를 지나고 예정된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간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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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상황을 보이는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급매물과 저가매물 등이 팔리면서 가격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자료제공=부동산114. |
정부 역시 주택시장 침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거나 실제 위축된 지역은 건설·청약규제를 완화해 매매거래를 촉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었으나 정부가 임대소득과세 유예와 규제완화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하자 주택가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된 적이 있다"며 급격한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주택시장이 수렁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문도 대한부동산학박사회 회장은 "정부의 발표는 규제로 인한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우려해 시장이 망하진 않을 것이라는 안심을 주려는 것"이라며 "정책이나 시장 분위기를 냉철하게 분석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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